지난달 21일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볼보트럭 익스피리언스 센터. 세계 최초의 전기 대형트럭 ‘FH 일렉트릭’ 운전석에 앉자, 조수석에 탄 볼보트럭의 인스트럭터가 이같이 말했다. 전기트럭 그것도 44톤(t) 대형트럭을 잘 몰 수 있을까 걱정하는 기자에게, 그는 “겁먹을 것 없다. 운전이 쉽고 재미있어서, 한 번 더 타자고 할 것”이라고 했다.
테스트 도로에서는 운전면허만 있으면, 인스트럭터 동행하에 각종 대형트럭을 몰 수 있다. 3m 정도 높이의 좌석까지 오르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무섭기까지 했다. 일반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을 듣고 출발했다. 보통 버스나 트럭은 출발할 때 엔진과 공기음 등이 나지만, 전기트럭은 그런 소리조차 없었다. 액셀을 밟자 가볍게 ‘윙’ 하는 소리와 함께 출발했다.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코너. 원을 조금 크게 그리고, 트럭 뒤에 달린 트레일러 길이를 조금만 주의하면 된다고 했다. 너무 긴장해서 핸들을 양손으로 꽉 잡고 온몸에 힘을 주며 핸들을 돌렸다. 그런데 조향이 너무 부드러웠다. 손가락으로도 조향이 가능할 정도였다. “베리 소프트(매우 부드럽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언덕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트럭이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액셀을 밟으면 밟는 대로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을 내려갈 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스스로 감속을 하면서 내려가는 기능이 적용돼 있었다. 44t의 대형 트럭이 천천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언덕을 내려갔다. 이 큰 트럭을 어린아이들이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듯하게 만드는 기능이 인상적이었다. SUV를 많이 몰아봤을 운전자에겐 대형트럭도 그리 어렵지 않겠다 싶었다.
직선 주로에서는 속도를 올렸다. 진동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적었다. 내연 기관 트럭의 떨림에 비하면 전기 대형트럭은 떨림이 없다시피 했다. 탑승할 때 물이 3분의 1쯤 담긴 생수병을 들고 타서 물의 출렁임을 확인했다. 물이 파도처럼 이리저리 출렁이지 않았다. 생수병을 가볍게 두드렸을 때 나오는 수면의 파동 정도만 있었다. 부드러운 조향과 적은 진동은 장시간 운전하는 운전자의 피로를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볼보트럭 측은 “운전자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서스펜션 등의 기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좌석 역시 지면 반발 등에 따라 진동을 잡아 주도록 설계가 돼 있었다.
이번 시승에서의 백미는 볼보트럭의 운전 조향 편의사양인 ‘VDS‘였다. 울퉁불퉁한 길 등 도면이 좋지 않은 길에서는 핸들이 좌우로 요동친다. 운전자가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운전을 해야 한다. 그런데 VDS 기능은 핸들의 좌우 흔들림을 최대한 막아준다. 거친 길에서도 핸들은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직진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운전자들의 손과 어깨 피로도가 상당히 줄어들 것 같았다. 직진 주행은 즐겁기까지 했다. 액셀을 힘껏 밟았더니 ’돌진 한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큼 무섭게 치고 나갔다. 대형 SUV를 몬는 듯 했다.
FH 일렉트릭의 1회 충전 거리는 약 300㎞다. 볼보트럭 측에 따르면 44t 전기트럭이 평균 시속 80㎞로 달렸을 때 1회 배터리 완충시 주행거리는 340㎞까지 나온다고 한다. 충전 속도는 DC(250㎾) 급속으로 2.5시간, AC(43㎾)로는 9.5시간 정도다. 총 6개의 배터리 팩이 들어가는데, 필요에 따라서 팩의 개수를 2~6개까지 선택할 수 있다.
시승을 마친 뒤 드는 생각은 “이렇게 트럭 운전이 쉬웠나”였다. 운전하는 재미가 있어서 결국 한 번 더 시승을 했다. 트럭의 길이에 적응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운전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특히 기존 트럭운전자들이 FH 일렉트릭을 탄다면 운전 피로도를 크게 줄여주는 기능에 인상을 받을 듯 했다. 볼보트럭은 이르면 올해 11월에 대형전기트럭을 한국 시장에서 처음 공개한다. 가격은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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