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달러화 매도에 나서면서 지난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200억 달러 가까이 줄었다. 감소폭도 금융위기 이후 근 14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외환보유액 순위는 전달 보다 한 계단 오른 8위에 랭크됐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22년 9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 달러로 전월말(4364억3000만 달러)보다 196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2008년 10월(-274억2000만 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으로,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미 달러 강세에 따른 기타통화 외화자산 미 달러 환산액 감소,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로 달러를 매도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돌파하는 등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커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2일 1400원을 돌파한 데 이어, 28일엔 장중 144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미국 달러화가 아닌 유로화·파운드화 등 다른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도 감소하는데, 이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말 기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112.25로 전월(108.77)보다 3.2% 상승했다.
이에 따라 유로화가 미 달러화 대비 2.0% 절하됐고, 영국 파운드화와 호주달러화가 각각 4.4%, 5.2% 절하됐다. 일본 엔화는 3.9% 절상됐다. 엔화는 자국통화표시법(엔/달러)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미 달러화 환율 상승이 달러화 대비 약세를 의미한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9월 환율 급등으로 인한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선 점이 영향을 미쳤다”며 “달러 평가 절상으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화 환산액이 줄어들고, 금융기관이 한은에 맡겨 둔 외화예수금 감소 등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794억1000만 달러로 전월대비 155억3000만 달러 줄었다. 보유하고 있던 미 국채를 매도해 달러 공급을 늘린 것이다. 유가증권 매도 등으로 예치금은 37억1000만 달러 줄어든 141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국제통화기금(IMF) SDR(특별인출권)은 141억5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3억1000만 달러 줄었다. IMF포지션은 1억 달러 줄어든 42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금은 47억9000만 달러로 전월과 같았다.
주요국과의 순위를 비교할 수 있는 올 8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2억 달러 감소한 4364억 달러로 세계 8위 수준으로 전달 보다 한 계단 올라섰다. 중국(-492억 달러)과 일본(-310억 달러), 스위스(-101억 달러), 러시아(-112억 달러), 인도(-139억 달러), 대만(-23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66억 달러), 홍콩(-100억 달러), 브라질(-67억 달러) 등 세계 10위권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모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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