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집값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뒤늦게 내 집을 마련했는데, 금리가 예상보다 너무 빨리 올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지난해 초 ‘벼락거지’가 될 수 있다는 걱정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카드론까지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모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아파트를 산 직장인 강모(37)씨는 내달 대출 갱신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 5일 뉴시스 취재진과 만난 강씨는 “지난해 집값이 껑충 뛰면서 지금이 아니면 영영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어렵게 내 집을 마련했는데, 이제는 원금부터 이자까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씨는 “이미 집값이 2억원 넘게 떨어졌는데, 인근 공인중개업소에서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처분하라고 했다”며 “매월 지출해야 하는 이자 부담이 더 커지면서 집을 내놓으려고 해도 매매가 되지 않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준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올해 연말에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아 뒤늦게 집을 산 영끌족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13년 만에 연 7%대로 올라서고, 올 연말에는 8%대까지 진입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영끌족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예상보다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집값 하락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역대 역대급 ‘거래 절벽’이 지속되면서 마땅한 출구전략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거래가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갈수록 이자 부담이 커진 영끌족의 타격이 상당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예상과 집값 하락세로 주택 매수심리가 뚝 떨어졌다. 정부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전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했으나, 한 번 꺾인 매수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4.8로 전주(85.9)보다 하락했다. 이는 2019년 10월 둘째 주(84.8) 조사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78.5로 전주(79.5) 대비 하락하며 2019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거래는 끊겼다.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역대 처음으로 1000건을 밑돌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90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 대비 10.6%, 전년 동월 대비 68.1% 감소한 수치다. 월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000건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8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9516건으로 전월 대비 10.6%, 전년 동월 대비 68.1% 급감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5465건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성사되면서 전월보다 17.6%, 전년 동월보다 78%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추가로 금리가 인상되면 영끌족의 매물 출회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올해 두 차례 남은 회의에서 추가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덩달아 한국은행도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 영끌족의 매물 출회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전체가 침체가 가능성이 크다”며 “변동금리를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는 등 정부의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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