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3년간 거액 마케팅… 잔액 7조 사상최대로 위험성 높아져
국내 7개 카드사, 매달 문자로 홍보
카드론 영업 제한되자 리볼빙 강화… 상품권-포인트 선물해 이용자 늘려
평균 금리 최고 18% 모른채 쓰기도… 카드사들 3년간 리볼빙 수익 3조
카드사들이 신용카드 리볼빙(일부 결제대금 이월 약정) 서비스를 홍보 및 판촉하는 데 3년 반 동안 120억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대금을 제때 내지 못해 이월해 막은 리볼빙 규모가 사상 최대인 7조 원에 육박한 가운데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이 취약계층의 부실이나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7개 카드사(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하나, 우리)는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리볼빙 서비스의 홍보·판촉비로 119억700만 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리볼빙 홍보·판촉비는 2019년 22억4800만 원에서 2020년 30억4100만 원, 지난해 39억3200만 원 등으로 매년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사상 처음 연간 4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2019∼2021년 3년간 카드사들이 리볼빙으로 거둔 수익은 3조781억 원이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결제대금(결제성)이나 현금서비스 대금(대출성)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10%대 후반의 높은 금리를 내고 다음 달로 이월해 갚는 방식이다. 카드사들은 월 1∼2회 홍보 문자를 발송하고 상품권이나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홍보·판촉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론 대출 규제에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자금 조달 비용 증가 등이 겹쳐 카드업계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리볼빙 마케팅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데다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리볼빙 이용 규모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말 5조3913억 원이던 리볼빙 이월 잔액은 올 8월 말 6조8100억 원으로 급증했다. 리볼빙은 DSR 규제를 받지 않아 자금 융통이 어려운 소비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리볼빙 수수료율이 법정 최고금리(20%)에 육박할 만큼 높아 소비자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6월 말 현재 7개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평균 금리는 14.22∼18.35%로, 고금리 리볼빙을 이용하는 취약계층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 때문에 소비자들이 리볼빙의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입한다는 불완전판매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올 1∼7월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리볼빙 민원 128건 가운데 68%(87건)가 ‘계약 체결 사실 미인지’ ‘설명 미흡’ 등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이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설명 의무 강화, 수수료율 월별 공시, 저신용자 텔레마케팅 제한 등을 담은 ‘리볼빙 서비스 개선 방안’을 내놨다. 최 의원은 “리볼빙 수수료율이 높아 연체 리스크가 큰데도 카드사들이 마케팅을 늘리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불완전판매가 일어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리볼빙 부실 위험을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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