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겨울’은 예상보다 더 추웠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넘게 줄었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11조8738억원을 1조원 넘게 밑도는 ‘어닝쇼크’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게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모바일과 가전 수요도 꺾였다. 기대했던 환율 효과도 실적 하락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도체 한파에 추정치마저 밑돈 ‘어닝쇼크’…6분기 만에 최저치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3% 줄어든 10조8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9조3829억원) 이후 6분기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매출은 76조원으로 2.73% 증가했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컨센서스로 매출 78조3062억원, 영업이익 11조8683억원을 제시했다. 컨센서스보다 매출은 약 2조원, 영업이익은 1조원 낮은 수치다.
실적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 가격 하락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중 절반 이상을 반도체가 차지한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기준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43.5%, 낸드 플래시 시장 33%로 업계 1위다. 파운드리는 대만 TSMC에 이어 16.5%로 2위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올 하반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고금리, 경기 침체 장기화로 스마트폰·컴퓨터·TV 등 전자제품 소비가 줄어들면서 세트업체가 반도체 주문을 줄였다는 점이다. 여기에 그동안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한 서버 수요까지 꺾이면서 반도체 한파가 예상보다 거셌다.
이세철 씨티그룹 상무는 “반도체 전방산업인 스마트폰, PC 등이 필수 소비재가 아니다 보니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상황에선 수요가 줄고 이에 따른 반도체 오더컷(주문 축소)이 심하게 나오고 있다”며 “특히 (올해) 버텼던 서버 가격이 가장 세게 빠지고 있고, 단기적으로는 상황이 정말 좋지 않다”고 말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이 각각 13~18%, 10~15%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가격 하락에 감산 결정도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은 하반기 생산량을 줄이고, 반도체 장비 투자 예산을 30% 삭감하기로 했다. 일본 키옥시아 역시 이달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30%가량 줄일 예정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에 나서진 않기로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이 과거 경험을 바탕삼아 투자를 지속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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