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파운드리 업체 실적 27조원… ‘어닝 쇼크’ 삼성전자와 대조적
메모리 가격 하락에 고전하지만 비메모리는 수요 여전히 탄탄해
삼성 “1.4나노 등 기술로 대응”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문 기업 TSMC의 3분기(7∼9월) 매출액이 1년 전보다 48% 증가한 6130억 대만달러(약 27조5000억 원)로 집계됐다고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2분기(4∼6월)의 역대 최대 매출액 5341억 대만달러보다 14.8% 많은 수치다. 시장 전망치 6030억 대만달러보다도 100억 대만달러 상회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황 악화의 영향으로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데 그치고, 영업이익은 31.7% 줄어든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것과 대조된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넘어 글로벌 1위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매출액은 76조 원이었다. 이 중 반도체부문 매출액은 23조∼25조5000억 원 수준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앞서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는 TSMC가 3분기 매출 202억 달러를 기록하며 삼성전자(183억 달러)와 인텔(150억 달러)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TSMC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매출액 기준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고 증가, 가격 하락으로 고전하는 메모리 분야와 달리 비메모리 업황은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TSMC가 애플 등 고객사의 제품 수요에 힘입어 높은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D램(단기 저장)과 낸드플래시(장기 저장) 등 메모리 비중이 반도체 매출 가운데 70%를 넘는다. 반면 TSMC는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에만 주력하고 있다.
메모리 분야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 중국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 경쟁사들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둔화되며 업계는 적어도 내년 초까지 대규모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규모 연산 등 일종의 두뇌 역할을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첨단 기업들의 기술 경쟁으로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 8월 말 시장조사 기관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비메모리 분야 시장의 성장률을 24.1%로 예상했다. 6월 전망 당시 20.8%에서 3.3%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성장률은 같은 기간 18.7%에서 8.2%로 대폭 낮췄다.
또 비메모리의 경우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기업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애플과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 위탁 업체를 바꾸려면 새 공정에 따른 재설계 과정이 필요해 선점 효과가 크다. 3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에서 삼성전자가 양산을 먼저 시작했는데도 TSMC가 애플을 첫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시장을 겨냥한 파운드리 역량을 집중 육성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에 돌입한다는 로드맵을 최근 제시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53.4%, 16.3%였다. 이 격차를 빠르게 좁힌다는 게 삼성의 목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TSMC가 웨이퍼 판매단가(ASP) 인상을 두고 애플 등 대형 고객사들과 줄다리기하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팹리스 업체들이 유일한 대안인 삼성전자를 적극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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