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다 팔아도 빚 못 갚는 38만 가구…빅스텝 땐 ‘이자 폭탄’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0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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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진 38만여 가구는 집 등 가진 자산을 모두 팔아도 대출을 다 갚을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12일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들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38만1000 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3.2%에 해당했다. 고위험 가구의 금융부채는 총 69조4000억 원에 달해 전체 금융부채의 6.2%를 차지했다.

고위험 가구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초과한 가구를 뜻한다. 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다 갚을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한다는 특징도 갖고 있어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고위험 가구수는 2020년 말(40만3000가구)보다 줄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 말(37만6000가구)와 비교하면 5000가구 늘어났다. 2017년과 2018년 고위험 가구수는 각각 32만4000가구, 30만4000가구였다.

고위험 가구보다 범위가 더 넓은 ‘취약 대출자’의 상황도 좋지 않다. 취약 대출자는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 또는 저신용 상태인 대출자를 의미한다. 이들 취약 대출자는 지난해 말 전체 대출자의 6.0%를 차지했지만 올해 2분기(4~6월) 말 6.3%로 늘었다. 한은은 취약 대출자 증가에 대해 “최근 소득 여건이 악화되고 신용도가 떨어져 재무 건전성이 낮아졌을 뿐 아니라 대출금리가 오른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위험 가구와 취약 대출자 모두 금리 인상 시기에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전체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6조5000억 원 늘어나는데 이중 3000억 원은 취약 대출자가 감당하는 금액이다. 취약 대출자 1인당 평균 연간 이자부담은 지금보다 25만9000원 커진다. 만일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른다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지금보다 13조 원 늘어난다. 이중 취약 대출자가 7000억 원을 부담하고, 취약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부담은 51만8000원 증가한다.

강 의원은 “최근 지속적 금리 인상으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취약 대출자의 이자 부담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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