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마켓뷰]“美금리, 내년 2월 인상후 장기간 동결 기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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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정성태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8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3% 올라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높은 인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동차 생산 차질이 벌어지며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1983년 이래 가장 낮은 공실률과 주택가격 급등으로 주거비가 상승하고 노동시장 과열에 따라 서비스 물가가 오른 것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최근 들어 물가를 상승시킨 이러한 요인들이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러온 악재도 어느 정도 해소됐다. 다른 요인들도 마찬가지다. 중고차 가격지수가 2개월 연속 하락했고, 미국 내 자동차 생산과 판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8월 미국의 구인 건수는 7월에 비해 100만 건 정도 줄고, 노동시장 참가율은 높아졌다. 금리가 올라가면서 주택가격이 낮아지고, 신규 주택 임대차 거래에서의 임차료도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본격적으로 낮아지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생산 차질의 주된 원인인 반도체 수급난은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고는 해도 속도가 느리다. 주거비는 해당 통계와 지수를 계산하는 특성상 낮아진 임차료가 장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반영되기 때문에 지표에 곧바로 나타나기는 어렵다. 노동시장 과열이 완화되는 속도도 느리다. 따라서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2분기(4∼6월)에 4%대 중반의 높은 수준에 머물고, 내년 4분기(10∼12월)에도 2.7%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 물가를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항목별로는 올 4분기부터 중고차, 신차, 주거비, 서비스 순으로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미국의 중고차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격이 50%가량 뛰었고, 최근 자동차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중고차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회복했다. 신차 가격은 생산이 정상화됐더라도 내년 1분기(1∼3월)부터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거비는 관련 지표가 이미 정점을 지났고 최근 미국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내년 5월 이후 둔화될 것이다. 서비스 물가 정점은 노동시장 과열이 완화되는 내년 3분기(7∼9월)로 예상한다.

금융시장은 내년 2월 금리 인상 이후 장기간 동결 기조를 전망한다.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둔화된다는 명확한 증거가 확인될 때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경우 인플레이션과 경기 모두 예상보다 급격하게 둔화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통화정책의 시차는 경제 상황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금리#인상#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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