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울산 남구 SK 울산콤플렉스(CLX) 단지의 동남쪽 끝 장생포 해안을 따라 대형 선박 세 대가 짙은 구름 아래로 정박해 있었다. 각각 일본과 네덜란드, 방글라데시로 한국산 휘발유와 항공유, 경유를 싣고 출항하는 배들이었다. 부두 안쪽으로는 이곳까지 석유 제품을 흘려보내는 수많은 파이프라인이 얽혀 있었다. 군데군데서 이따금 수증기가 ‘치이익’ 소리를 내며 피어올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연 매출 34조 원 중 70%를 수출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석유 수출국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산업기지인 울산공업센터(현 울산산업단지)가 올해로 60년을 맞았다. 당시 울산공업센터 내에 국내 첫 정유공장을 준공했던 SK 울산CLX와 SK이노베이션은 창사 60주년을 맞아 6일 울산CLX 현장을 공개하고 향후 성장 계획을 공유했다.
이날 방문한 울산CLX에는 60년 역사를 드러내는 녹슨 저장탱크, 파이프라인과 더불어 최근 현장에 투입된 안전점검용 로봇개 등 최첨단 시스템이 공존하고 있었다. 콤플렉스 전체를 혈관처럼 굽이굽이 통과하는 파이프라인 길이를 다 합치면 울산에서 달까지 왕복 가능한 거리가 된다. 1964년 가동을 시작한 제1정유공장도 내부 개·보수를 꾸준히 진행하며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울산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SK는 울산 지역 화학 산업 내에서 종사자 수의 43.5%, 매출의 57.1%를 차지하고 있다. 공업센터 조성 이후 울산의 수출실적도 급격한 성장세다. 1962년 26만 달러에 그쳤던 울산의 수출액은 지난해 743억 달러로 60년간 약 28만6000배 성장했다. 2011년에는 지방자치단체 처음으로 수출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유재영 SK 울산CLX 총괄은 “울산CLX의 전체 공장 고용인원이 3000명가량이고 연간 100∼150명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완 울산시 혁신산업국장은 “울산에서도 젊은층의 산업단지 일자리 회피 현상은 일어나고 있다. 산업 현장의 첨단화, 고도화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이후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3대 주력 산업이 위축되면서 산업도시 울산은 고비를 맞고 있다. 석유화학산업도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탈(脫)탄소 정책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되면서 변혁기를 맞았다. 지난 60년간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에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이젠 사업모델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에너지·소재 회사’를 목표로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 울산CLX는 2050년까지 기존 탄소사업을 그린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넷제로’ 달성 목표를 밝혔다. 특히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탄소포집 기술 역량 고도화와 국내외 탄소수송·저장 기술 실현 및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울산시의 지속적인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계획이다. 저탄소, 무탄소 중심의 미래에너지를 생산해 울산과 함께 지속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역사는 산업도시 울산의 발전사이자 대한민국 경제 성장사”라며 “울산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넷제로 달성을 통해 울산과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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