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액체납자 절반, 이미 출국… 강제 징수할 방법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1일 13시 22분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어서고, 국내에서 부동산 매입 등 각종 경제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세금 체납 문제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세 등 국세 체납액이 5000만 원을 넘는 외국인 고액 체납자 중 절반 이상은 이미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세의 경우에는 외국인 체납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 통계도 없다.

이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된다면 저출산시대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외국인 통합과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세징수법’이나 ‘출입국관리법’ 등과 같은 관련 법령을 개정해 외국인의 세금 체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국정감사와 전문연구기관의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특히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 ‘이슈페이터-외국인의 지방세 체납에 대한 관리 강화를 위한 제언’을 최근 발행했다. 보고서는 외국인 체납자는 국적 파악이나 재산조회 등이 어렵고,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없어 효율적인 징수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됐다.

외국인 200만 명 시대…경제 활동 활발 vs 세금 징수는 허술
11일 지방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만2862명으로 집계됐다. 등록외국인 110만5204명,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주 신고자 48만3167명, 단기체류자 42만4491명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2019년 252만4656명까지 늘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터지자 2020년 203만6075명, 2021년 195만6781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국내 부동산 매입과 같은 경제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올해 8월까지 7년 8개월간 외국인이 사들인 전국 아파트는 모두 2만9792건이었다.

2015년 2979건에서 2016년 3004건, 2017년 3188건, 2018년 3697건, 2019년 3930건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2법 시행 등으로 집값과 전세금이 크게 뛰기 시작한 2020년에는 5640건으로 껑충 뛰었다. 다만 이후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해는 4931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8월까지 2423건에 머물렀다.

활발해진 경제활동만큼 세금 체납도 많았다. 국세청과 법무부가 김주영 의원(민주당)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6월 기준 외국인 국세 체납자는 6322명이고, 이들의 체납액은 무려 1659억 원에 달했다.

서울시 고액체납자 1위 외국인…고액 체납자 절반, 한국 떠나
문제는 이러한 체납자들에 대한 징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고액·상습체납자’ 가운데 개인 체납액 1위와 법인 체납액 1위를 각각 외국인과 외국 법인이 차지했다. 이는 2006년 지방세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공개한 이후 처음 있는 사례여서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는 매년 1월1일을 기준으로 지방세 1000만 원 이상을 1년 이상 체납한 사람이나 법인을 11월 셋째 주에 공개하고 있다.

서울시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개인은 본인 명의의 재산이 별로 없고, 해당 법인도 법인 등기부나 대표자의 국적 확인이 안 된다”며 “체납 세금 납부의지가 보이지 않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공개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등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고액 체납자(체납액 5000만 원 이상) 615명(체납세액 1361억 원) 가운데 340명(569억 원)은 이미 한국을 떠난 상태로 확인됐다. 이들이 이미 재산을 본국 등으로 보냈다면 세금을 강제 징수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 올해 2월 보도자료(‘외국인 세금체납 확인제도 시행 5년’)를 통해 “외국인 비자연장 전 세금체납 확인제도를 시행한 2017년 5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모두 3558억 원의 국세와 지방세, 관세를 추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외국인 체납액의 총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지방세징수법’ 등 관련 제도 개정 필요

지방세연구원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외국인의 체납에 대한 관리 시스템이 대단히 미비한 점을 지목했다. 여기에 외국인의 소재지 불분명이나 지방세에 대한 인식 부족, 자유로운 출국 및 실질적인 체납처분이나 행정체계의 어려움 등도 외국인 체납을 유발하는 것으로 강조했다.

이어 외국인의 세금 체납 문제는 조세 형평을 해치는 사각지대이자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현재 지방세징수법에서 외국인 체납자료 공개 등을 임의 규정으로 두고 있는 것을 의무화 규정으로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출입국관리법 상 체류자격 연장 허가나 비자발급 시 검토하는 입국 금지 사유에 국세 또는 지방세를 정단한 사유 없이 납부기간에 내지 않은 사람을 추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외국인 납세자 관리 시스템 구축, 체납자에 대한 귀국비용이나 출국만기보험 압류 등과 같은 적극적인 재산압류 조치 시행, 자진납부를 유도할 수 있는 홍보 강화, 국제조세조약 적용대상에 지방세 포함 등과 같은 방안도 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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