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전세대출 170조원 달해… 대출자 62%는 상환력 낮은 2030
금리 7% 눈앞, 이자부담 눈덩이… 직격탄 맞은 청년층 부실 비상등
“고정금리로 전환 등 대책 필요, 정책금융 상품 확대도 고려해야”
지난해 2월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 2억 원을 받은 김모 씨(31)는 올 8월 금리 변동 안내 문자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연 3.2%로 시작한 대출 금리가 4.8%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6개월마다 변동되는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한 달 이자가 80만 원을 넘어섰다”며 “전세 계약을 연장하는 대신에 월세를 구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170조 원에 육박한 은행권 전세대출의 94%가 금리 인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변동금리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세대출자 10명 중 6명은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0, 30대 청년층이었다.
한국은행이 12일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 전세대출 금리도 최고 연 7%를 돌파할 수 있어 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세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고정금리 전환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금리 7% 눈앞인데 전세대출 94%가 변동금리
11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169조29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98조7315억 원)에 비해 71.2%(70조2975억 원) 급증한 규모다. 전세대출을 받은 대출자는 137만6802명으로 2년 반 새 48.9% 늘었다.
또 지난해 말 전세대출 잔액(162조119억 원)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93.5%였다. 2019년 말(83.2%)보다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일부 정책금융 대출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은행 전세대출 상품이 변동금리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전세대출 비중이 90%를 넘어선 가운데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전세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이어진 급격한 금리 인상에 전세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연 6%를 넘어섰다. 11일 현재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4.23∼6.545% 수준이다. 지난해 말(3.39∼4.799%)과 비교해 10개월 만에 상단이 1.746%포인트 치솟았다.
여기에다 12일 한은이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대출 금리도 조만간 연 7%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 20, 30대 전세대출 100조 원 육박
무엇보다 20, 30대의 전세대출이 100조 원에 육박해 청년층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 말 현재 20, 30대 전세대출자는 84만8027명으로 전체 대출자의 61.6%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전세대출 잔액은 93조9958억 원으로 2019년 말(54조7381억 원)에 비해 71.7% 불었다.
특히 20대가 은행권에서 빌린 대출 가운데 35.1%(23조8633억 원)가 전세대출이었다. 20대 신용대출(12조1123억 원)과 주택담보대출(11조3104억 원)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진 의원은 “전세대출은 주거를 위한 생계용 대출”이라며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청년층이 과도한 빚 부담을 떠안아 부실화되지 않도록 대환대출 상품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세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은 액수 자체가 커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며 “전세대출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정책금융 상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