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활동 제약이 줄어들면서 국내 조경용 수목 유통 1위 기업인 수프로(대표이사 채일·사진)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수프로 임직원들은 우즈베키스탄 산림녹화 사업 재개를 위해 2주 동안 출장을 다녀왔다. 수프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우즈베키스탄의 황무지를 녹화하기 위해 발주한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주해 시행 중이다. 코로나로 2년간 멈췄던 사업이 내년부터는 재개되는 것이다. 수프로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해 주는 양묘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수프로는 해외 녹화 사업뿐만 아니라 국내 조경수 생산과 유통,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림청 등이 발주하는 환경 복원, 도시 미관과 열섬 효과 개선을 위한 벽면녹화 사업 등 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하는 흔치 않은 기업이다.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기술력을 쌓아 온 채일 대표이사는 특수 화분(컨테이너)을 이용한 조경수 생산방법 특허를 받는 등 조경수 생산의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통상 조경수는 노지(땅)에서 기르는데, 수프로는 잔뿌리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해 주는 특수 화분을 고안해 냈다. 채 대표는 “특수 화분에서 양분을 제어하면 잔뿌리가 많아지는데, 이렇게 기른 나무는 일반적인 이식 시기가 아닌 여름에 옮겨 심어도 살아남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고 했다. 이 기술 덕분에 수프로는 우즈베키스탄뿐만 아니라 키르기스스탄과 튀니지, 중국 등에서도 KOICA의 녹화사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사업 영역은 조경수 생산 및 유통 사업이다. 국내 시장 규모는 1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파트 공사 현장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리하는 공원 등에 필요한 조경수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수프로는 직접 생산도 하지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영세 양묘 업자의 나무를 사서 건설사나 조경사업자들에게 공급한다.
채 대표는 “수목이 조경에 쓰일 수 있는 규격까지 자라려면 3∼5년, 길게는 10년까지 걸린다”며 “준공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정 품질 이상의 수목을 어디에서 확보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 자체가 사업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는 사업 시작 단계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생산자와 수요자를 잇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20년 동안 전국의 2000여 양묘 생산업자가 재배 중인 수목 정보를 차곡차곡 확보해 뒀다.
그는 “회사의 매출은 1년에 200억∼250억 원대이지만 매년 외부에서 요청이 들어오는 견적서상의 금액은 3000억 원이 넘는다”며 “조경수에 대한 데이터가 집적된 곳이 우리 회사이다 보니 조경수의 시세를 알기 위해 견적을 요청해오는 수요처가 많다”고 했다. 수프로는 국내 수목 시장 규모의 30%에 달하는 이런 견적 요청도 모두 데이터로 축적해 어느 공사 현장에 어느 만큼의 나무가 쓰이는지를 파악해 두고 있다.
이는 모두 조경수 유통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준비다. 채 대표는 “웬만한 아파트 단지가 준공검사를 받으려면 200종이 넘는 수목을 크기별로 제대로 맞춰 심어야 한다. 아파트 건설 완공이 몰려 있는 지금 같은 시기에는 수목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고 했다. 온라인 플랫폼이 생기면 조경 사업자들이 나무를 수월하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채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을 위해 모아둔, 전국에서 양묘 중인 수목에 대한 정보는 생산자들에게도 공유해 특정 수목의 생산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 사태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프로는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도심 녹화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잔뿌리를 많이 나게 하는 기술로 실외 벽면에서도 수목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해 각광을 받고 있다. 채 대표는 “실내 벽을 녹화하는 곳은 여러 곳 있지만 실외 벽을 녹화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과 신수동 주민센터 등의 실외 벽 녹화를 수프로가 수행했다.
수프로의 임직원 32명 중에는 석·박사가 7명이다. 조경과 자연환경보전, 산림, 건축·토목 분야의 기술사와 기사도 수두룩하다. 경기 여주시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채 대표는 “지금은 B2B 분야에서 나무를 공급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개인이 원하는 나무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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