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택소노미, 외자조달 쉽게 국제기준 맞춰 보완을[기고/송종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2일 03시 00분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인 ‘K-택소노미’를 발표했다. 원자력이 녹색경제활동에 포함된 것은 다행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완이 필요하다. K-택소노미는 녹색금융 투자 시 기준이 된다. K-택소노미의 실질적 효과는 녹색금융 해외자본이 원자력산업에 투자될 때 발생한다. 이런 관점에서 K-택소노미는 유럽연합(EU)에서 제시한 EU-택소노미 기준에 부합하도록 보완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고준위방사성폐기물(고준위폐기물) 처분기술을 개발 중이며, 일부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전문가들은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처분장)을 2050년에 운영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환경부에서는 제2차 고준위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 존재한다는 것을 근거로 택소노미 기준에 처분장 운영 연도를 언급하지 않았다. EU에서 원자력을 녹색분류체계로 분류할 때의 기본 철학은 최대한 빨리 방사성폐기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준위폐기물을 심부암반에 처분하면 환경에 해가 없다는 것은 이미 EU-택소노미에 원자력을 포함하면서 내려진 결론이다. 국내 관련 전문가들은 2050년에 처분장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K-택소노미에 원자력을 포함하는 이유는 원자력이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도록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현 정부는 원자력 진흥과 원전 수출을 지향하고 있다. 해외 투자 없이 국내 투자만으로 원자력을 활성화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한다. 세계 3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은 EU-택소노미를 만족할 경우에만 친환경으로 인정하므로 우리나라의 원전 산업에는 투자가 어렵다고 했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원전 수출사업을 해외 금융기관의 투자 없이 진행하기는 어려우며, 적극적인 투자를 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처분장 운영 시점을 EU와 마찬가지로 2050년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국민 수용성이 전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처분장 운영 시점이 명확해야 한다. K-택소노미에서는 처분장 운영 시점을 고준위폐기물 특별법에 위임했다. 현재 발의된 관련 특별법안 중 두 개 법안은 국가 기본계획을 수립해 처분사업을 진행하도록 돼 있다. 지금까지 두 번의 국가 기본계획이 발표되었지만 처분 시점이 제1차 때는 2053년, 제2차 때는 2060년으로 변경되었다. K-택소노미에서 처분장 운영 시점을 먼저 제시하고 이를 향후 특별법 논의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오히려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 개정안 초안을 발표하면서 추가 의견 수렴을 통해 올해 말까지 최종안을 만든다고 했다. K-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될 때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면 이는 유명무실할 뿐이다. 해외에서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어 우리 원자력산업이 활성화되고 원전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운영 시점이 EU 기준에 부합하여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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