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 시대’ 속타는 기업들…“빅스텝에 이자 9조 더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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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0월 12일 14시 28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2022.10.11/뉴스1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2022.10.11/뉴스1
‘기준금리 3% 시대’에 돌입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안 그래도 경기침체 공포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금리까지 빠르게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더 늘게 됐다. 한국은행이 또한번 ‘빅스텝(0.5% 금리 인상)’을 밟으면서 기업들은 1년에 9조원에 가까이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여기에 1400원을 돌파한 달러·원 환율과 전쟁 등으로 인한 고물가, 전기 요금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산업계 겨울이 짙어지고 있다.

‘시계 제로’ 경제 상황에 기업들은 사장단 회의를 잇따라 열고 비상경영에 착수했다. 경기 침체가 지나갈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매고 현금을 확보해 버티겠다는 계획이다.

◇ ‘빅스텝’에 이자 부담 증가…회사채 금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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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종전 2.5%에서 3.0%로 0.5%p 인상했다. 사상 두 번째로 빅스텝으로 한국은 2012년 10월(3.0%)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에 접어들었다.

기준 금리 인상에 기업들은 당장 이자부터 걱정이다. 지난 2분기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713조1000억원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0.5%p 높아져도 갚아야 할 이자가 1년에 8조5000억원이 더 는다.

또 다른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금리도 따라 오른다. 이미 회사채 금리는 올해 들어 2배 넘게 뛰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신용등급 AA-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5.44%로 연초(2.46%)대비 2.98%p 상승했다. 신용등급 BBB-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1.3% 가까이 올랐다.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신용이 나쁜 기업은 회사채 발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금리 인상에 기업들의 자금 상황은 빨간불이 켜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3~4곳(37%)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기준금리가 3%가 되면 취약기업 수는 10곳 중 약 6곳(59%)으로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나빠진 이유로 △은행 대출금리 인상(39%), △회사채 금리 상승(8%) 등 금리 영향(47%)을 가장 많이 꼽았다.

문제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이 지속해서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한국도 외국인 자금의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 고물가까지…‘답답한 경영 환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2022.10.11.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2022.10.11. 삼성전자 제공
경기 침체 공포가 현실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급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TV 출하량은 2억20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억1400만대)보다 1200만대나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3억4100만대까지 출하량이 급증했던 PC 역시 올해 3억1700만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건이 안 팔리면서 기업들의 재고가 쌓였다. 전경련의 10월 제조업 재고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05.6으로 2020년 7월(112.9)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고 부문은 100을 넘을 경우, 부정적(재고 과잉)이라는 의미다.

수요 위축에 반도체 가격 하락세도 빨라지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이 각각 13~18%, 10~15%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4분기에도 낸드 가격은 평균 15~20%, D램은 13~18% 떨어질 것으로 봤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물류비 부담이 늘어난 상태에서 달러 ·원 환율이 1400원을 웃도는 점도 부담이다. 기업들의 원자재 수입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는 전기요금도 kWh당 최대 11.7원까지 오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에 좋은 뉴스가 별로 없다”며 “‘3고 쇼크’에 경영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 비상경영 돌입한 재계…사장단 회의 열고 대책 논의

짙어진 산업계 겨울에 기업들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삼성은 지난달 26일 전자 계열사 사장단과 금융 계열사 사장단 40여명이 모여 사장단 회의를 가졌고, LG는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지난달 29일 사장단 워크숍을 통해 경영 전략을 논의했다.

SK는 19일부터 21일까지 CEO 세미나를 열고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발표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 미국 IRA 시행 이후 최근 수시로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석유화학과 에너지 부문 계열사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비상경영에 돌입했으며, 현대중공업그룹 건설기계 3사도 CEO 공동담화문을 통해 지난달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내년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현금 비중을 늘리는 등 비상 경영에 나서고 있다”며 “지금은 위기를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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