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중 한국지멘스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D타워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지멘스가 175년 동안 생존한 핵심은 끊임없는 ‘혁신’입니다. 지금 기업들에 가장 필요한 혁신은 ‘디지털 전환’이 될 겁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D타워 한국지멘스 사옥. 취임 1주년(10월 1일)을 며칠 앞두고 만난 정하중 한국지멘스 대표는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 동안 열띤 목소리로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수차례 강조했다. 2000년 입사해 지멘스에서만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독일 베를린과 뮌헨에 본사를 둔 지멘스는 올해 175주년을 맞이했다. 디지털 기반 공장 효율성 개선과 스마트 빌딩, 헬스케어 등 기술 중심의 지멘스는 과거 하드웨어(HW)를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였다. 최근 10여 년간 약 100억 유로(13조8600억 원)를 디지털화에 투자한 결과 지난해 기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정 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대외 경제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디지털 혁신은 지속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투자 대비 수익률을 잘 따지는데 장기적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 줌(Zoom)을 하나의 예로 꼽았다. 줌이 갑작스러운 감염병 사태를 예측하고 화상 시스템에 꾸준히 투자한 게 아니듯 눈앞에 돈이 될 것만 찾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빠르지만 대기업에 편중된 점도 우려했다. 정 대표는 “한국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은 독일 강소기업과 비교해 느린 편”이라며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잘 이뤄져야 제품을 공급받는 대기업도 좋은 상품을 만들어 탄탄한 산업 피라미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해 기술·재정적 디지털화를 돕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멘스는 6월 개방형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 ‘지멘스 액셀러레이터’를 출시했다. 이 플랫폼은 고객, 파트너, 개발자 등에게 개방돼 있어 쉽고 빠른 디지털 전환을 돕는다. 이를 활용한 ‘빌딩X’ 솔루션은 건물 에너지 활용 등을 디지털화해 탄소 중립을 돕는다. 정 대표는 “빌딩 운영의 디지털화로 운영비 20%를 아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지멘스는 스마트팩토리 부문에서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 기아 등과도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
한국지멘스 직원들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 이후에도 일주일에 2∼3일가량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정 대표는 “데이터 분석 결과 업무 효율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며 웃었다.
다만 디지털 전환을 강조해 온 그도 지나친 데이터 의존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디지털 정보 자체도 중요하지만 데이터의 패턴 등을 잘 분석하는 ‘직관’이 함께 있어야 보다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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