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조명에 인공 음향도 내 취향에 맞춰주는 차, 개인 맞춤형 콘텐츠가 서비스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스스로 똑똑해지기까지….
현대자동차그룹이 ‘똑똑한 차량’을 만들기 위해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SW) 역량 강화에만 18조 원을 투자한다. 우선 2025년까지 전 세계에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무선 업데이트(OTA)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등 ‘SW로 정의되는 차량(SDV·Software Defined Vehicle)’으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현대차그룹은 12일 그룹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SW 중심 모빌리티(이동수단) 비전을 공개했다. 차량용 SW 강화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SW 강화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개인화된 서비스를 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선 내년부터 일부 차종에서 운전자가 자신의 개성에 따라 차량을 꾸밀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가 나온다. 전기차의 인공 음향이나 실내조명 색상 등부터 시작해 점차 ‘개인 맞춤형’ 서비스 품목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개인화 서비스가 고도화되면 ‘로보 택시’를 포함한 외부 서비스와의 연계도 가능해진다. 현대차그룹은 SDV 보급이 확대되면 커넥티드 카 서비스 가입 차량이 올해 말 1000만 대에서 2025년 20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무선 OTA를 통해 차량 SW가 최신 상태로 유지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든 내연기관차든 2023년부터 선보이는 모든 신차에는 무선 OTA를 탑재하기로 했다. 2025년에는 현대차와 기아의 전체 라인업이 무선 OTA 가능 차량이 된다. 추교웅 현대차그룹 전자·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부사장)은 “기능과 성능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구입 후에도 더 발전하고 똑똑해지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투입할 18조 원은 △커넥티비티(연결성) 및 자율주행 등 신사업 기술 개발 △스타트업과 연구기관 대상 지분 투자 △빅데이터 센터 구축 등으로 나눠 집행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8월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의 ‘로봇 인공지능(AI) 연구소’를 설립하는 데 3억3900만 달러(약 48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 SW 인력 채용을 늘리고 연구개발(R&D) 조직 확대도 추진한다.
차량 SW 성능을 극대화하는 공용 플랫폼 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전기차 모델에 따라 별도 사양이 적용됐던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하고, 제어기 수도 줄일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SW 경쟁력에서 앞선 테슬라가 미래 모빌리티의 강자로 떠오르자, 이를 따라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뉴 오토’ 전략을 공개하고 SW 인력 확충을 위한 조직 정비와 투자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SW 전문 자회사 ‘우븐플래닛’을 앞세워 차량용 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정KPMG가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를 분석한 결과 자율주행(37%)과 SW 협업(12%) 관련 투자가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국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하드웨어 기술 위에 최적화된 전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하고, 그 적용 영역을 확대해 더 큰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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