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술 사용된 장비’ 中수출 통제… 美장비업체는 中판매-서비스 중단
美, 삼성-SK엔 ‘포괄적 수출 허가’… “건건이 수출심사 안받아도 돼”
한시름 놨지만 1년뒤 상황 몰라… “중국생산 줄여야할 상황 올수도”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을 금지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에 대해선 1년 동안 규제를 유예하기로 했다. 장비 반입 건별로 허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건별 허가에 따른 시간적 물리적 차질을 적어도 1년간 피하게 되면서 중국에 공장을 둔 두 회사가 한시름을 놓게 됐지만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로이터통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수출 규제를 1년간 예외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1년간 포괄적인 수출허가를 내주겠다는 통지가 전달됐다”며 “수출통제가 적용되는 모든 반도체 기술·장비에 대해 건건이 수출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국내 기업들은 한숨 돌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쑤저우에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와 충칭에 각각 D램 공장과 후공정 공장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한 인텔의 낸드플래시 공장도 다롄에 있다. 모두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 램리서치, KLA 등 미국 업체로부터 반도체 핵심 장비를 들여와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중국에서 반도체 제품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미국과 원만하게 협의했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와 함께 미국 상무부와 긴밀히 협의해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중국 공장을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같은 협의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7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가 중국 내 외국 기업이 소유한 생산시설에 대해선 개별 심사해 결정한다고 밝혔을 때 “한미 양국 정부가 건설적인 결론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상무부는 앞서 중국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에 들어가는 모든 첨단 반도체는 물론이고 1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반도체,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관련 장비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기로 했다. 미국 기술이 사용된 모든 반도체 기술 및 장비는 상무부 허가 없이 중국으로 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KLA는 11일 중국 현지 반도체 관련 고객사들에 제품과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알렸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건별 허가’를 전제로 중국 생산라인의 장비 반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로서는 숨쉴 틈이 생긴 것이지만 장비를 구매할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해 불확실성이 있는 데다 사업 지연 우려도 컸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일단 1년간은 별도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돼 이런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포괄적 수출허가가 1년 한시 적용에 그친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장기간 수출규제 유예를 요청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1년 뒤 미국이 포괄적 허가를 연장할지, 건별 심사로 전환할지, 아예 수출규제를 전면 적용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앞으로 중국 내 생산 비중을 줄이는 등 공급망 재편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생산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도 줄어 시장 전체가 축소될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예외조항이 언제라도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 부연구위원은 “당분간 국내 기업의 중국 내 생산이 큰 차질을 빚지 않겠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가 5년, 10년간 지속될 수도 있다”며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은 언제든 중국 진출 국내 기업에 족쇄를 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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