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일 역대 두 번째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 3% 시대를 열었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초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또다시 결정하면 현재 3.00∼3.25%인 미국 기준금리가 3.75∼4.00%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한미 금리 격차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 등 시장 불안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한은도 일단 이런 상황을 감안해 금리 인상을 당분간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가져가겠다”며 “5%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면 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1분기(1∼3월)까지도 현재 5% 수준인 고물가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올해 말을 넘어 내년 초까지도 금리를 계속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특히 그는 이날 기준금리가 향후 3.50%까지 오를 것이란 시장의 기대에 대해서도 사실상 동의하는 반응도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향후 물가 상황에 따라 내년 중 최대 4%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한국보다도 미국의 긴축 속도가 더 빠르다는 데 있다. 연준은 다음 달 1, 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선물(先物)로 연준의 통화정책을 예측하는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일 시장 참가자들은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78.4%로 점치고 있다. 연준이 이번에도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1%포인트(금리 상단 기준)까지 벌어진다.
그렇다고 한은이 당장 11월에 세 번째 빅스텝을 단행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한 질문에 “워낙 불확실성이 심해 어느 방향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음 달 연준 결정과 국제 에너지 가격 움직임 등을 점검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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