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회장 복권 전후 현장행보
중장기 전략-공격적 투자 속도
미전실 등 컨트롤타워 복원 관측
李, 연내 회장 승진 가능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뉴 삼성’의 뼈대가 될 BBC(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사업에 전폭적인 힘을 싣고 있다. 복권 전후로 BBC 사업을 담당하는 주요 계열사 사업장을 직접 찾아 중장기 전략을 가다듬고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7∼12월) 들어서만 삼성이 BBC 사업 부문에서 공개한 투자액은 약 30조 원에 달한다. 현재 착공 중인 삼성 평택캠퍼스 4라인을 포함해 공개되지 않은 투자액을 더하면 1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BBC 분야는 국가의 주요 전략 산업인 동시에 삼성의 미래 먹거리”라며 “이 부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요 경영진과 중장기 전략을 짜며 공격적인 투자와 사업 확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BBC 현장 경영은 복권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던 6월부터 조심스레 시작됐다. 당시 이 부회장은 11박 12일의 유럽 방문 중 삼성SDI의 헝가리 배터리 공장을 방문하고 고객사인 BMW를 만났다. 그는 귀국길에 “자동차 업계의 변화를 피부로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삼성SDI는 실제 올해 들어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5월 미국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고, 7월에는 1조7000억 원을 투입하는 말레이시아 배터리 2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복권 뒤 첫 경영 행보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방문하며 삼성의 주력 사업군인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삼성은 이날 기흥캠퍼스 연구개발(R&D)단지에 2028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은 이에 더해 약 50조 원을 투자해 평택캠퍼스 4라인을 조성 중이다.
‘반도체 겨울’을 이겨내는 것은 결국 기술에 달린 것으로 삼성은 보고 있다. 이 부회장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삼성 파운드리 포럼’에서 2027년 1.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양산 목표를 밝힌 것도 그 일환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부회장은 또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 4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면서 BBC 관련 행보의 정점을 찍었다. 바이오는 특히 이 부회장이 ‘제2의 반도체’가 될 사업으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7조5000억 원을 투자해 송도캠퍼스 인근에 제2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뉴 삼성’의 빠른 전략 설정과 의사결정을 위한 내부 조직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회장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로 이어졌던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복원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이나 연말 인사에서 ‘뉴 삼성’의 본격적인 출범을 알리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