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조달 힘들어질 전망에
당국 “안전망 미리 준비하는 취지”
10조 규모 ‘증안펀드’도 가동 준비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긴축 여파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최대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며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선제적인 안전판 마련에 나선 것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과 미국 물가 지표 악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자 채안펀드의 재가동을 검토하고 나섰다.
채안펀드는 회사채와 우량기업 기업어음(CP), 금융채 등을 사들여 기업들의 돈 가뭄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10조 원 규모로 처음 조성된 이후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최대 20조 원 규모로 다시 조성됐다.
채안펀드가 재가동되면 우선 기존에 모여 있던 1조6000억 원으로 회사채와 CP 매입을 재개한다. 부족할 경우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은행, 증권사 등이 재약정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시장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시장이 언제든 급격히 위축될 수 있어 미리 안전망을 준비해 놓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금리 급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속에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는 얼어붙은 상태다. 지난달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3440억 원으로 올해 들어 최저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7% 급감한 수준이다. AA― 등급의 우량 회사채 금리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를 뺀 값인 ‘신용 스프레드’도 1.113%포인트로 코로나19 확산 초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회사채 투자를 기피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 회사채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강원도가 채무 보증 의무 이행을 거부하면서 대규모 투자자 손실 우려가 불거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여파로 채권 투자기관 사이의 불안 심리는 더욱 커진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채안펀드 가동이 본격화하면 기업들의 자금난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증시 안정을 위해 조성하는 10조 원 수준의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도 유관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이달 중 가동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증안펀드에 이어 채안펀드까지 준비될 경우 사실상 금융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총동원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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