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전세자금대출 2억 원을 받은 직장인 김모 씨(44)는 얼마 전 갱신된 대출 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연 2.4%로 시작한 대출 금리가 어느덧 4% 후반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금리가 2배로 뛰면서 한 달 이자가 80만 원을 넘었다”며 “다음 갱신 땐 대출 금리가 연 5%를 넘길 게 확실해 전세를 연장하지 않고 월세를 구할 것”이라고 했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주담대 변동금리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18일부터 연 최고 7%를 돌파하게 됐다. 주택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한 달 새 0.44%포인트 뛰며 10년 만에 가장 높은 3.40%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이자 부담은 한층 더 늘어나게 됐다. 특히 청년층과 서민들의 수요가 많은 전세대출은 대부분이 변동금리여서 가파른 금리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부실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
○ 주담대 변동금리도 14년 만에 연 7%대 진입
17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0%로 8월(2.96%)에 비해 0.44%포인트 급등했다. 2012년 7월(3.40%)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2012년 12월(3.09%) 이후 9년 9개월 만에 3%대에 진입한 것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예·적금, 은행채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로 주담대와 전세대출 변동금리를 산출하는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9월 코픽스 상승분을 반영해 당장 18일부터 대출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연 5.24∼6.04%인 주담대 변동금리를 18일부터 연 5.68∼6.48%로 인상한다. KB국민은행도 연 4.65∼6.05%에서 5.09∼6.49%로 올린다.
현재 금리 상단이 연 7%에 근접한 하나은행(6.97%) 등도 코픽스 상승분만큼 금리를 올리면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최고 7%를 돌파한다. 지난달 이미 연 7%를 넘긴 주담대 고정금리(연 5.01∼7.10%)에 이어 변동금리도 14년 만에 7%대에 진입하는 셈이다.
○ 청년·서민층 몰린 전세대출, 부실 경고등
17일 현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4.40∼6.722%다. 여기에 코픽스 상승분이 반영되면 전세대출 금리 상단도 연 7%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7월부터 3개월 새 코픽스는 1.02%포인트나 뛰었다. 이달 들어 한은이 두 번째 빅스텝에 나선 데다 추가 빅스텝 가능성까지 열어둬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말 현재 전세대출 잔액(162조119억 원)의 93.5%가 코픽스 등에 연동된 변동금리여서 전세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세자금보증 가입자 가운데 대출을 갚지 못해 주금공이 대위변제한 금액은 1727억 원이었다. 이 중 53.4%가 20, 30대 대출자가 빌린 돈이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말이나 내년쯤 주담대 금리가 연 8%를 넘어설 것”이라며 “청년, 서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고정금리 전환, 금리 할인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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