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신용대출을 중도 상환하는 대출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자 대출자들이 비교적 쉽게 갚을 수 있는 신용대출부터 줄여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중도 상환 건수는 33만7408건으로 집계됐다. 8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건수(34만170건)와 비슷한 규모의 중도 상환이 이뤄졌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올 들어 매달 4만2176건의 신용대출이 중도 상환된 셈이다. 지난해 월평균(2만8347건)과 비교해 48.8% 급증한 규모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연간 중도 상환 건수는 50만 건을 넘어 최근 5년 내 최대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신용대출 중도 상환이 급증한 것은 올 들어 대출 금리가 급격히 오르자 대출자들이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교적 상환이 쉬운 빚부터 갚아나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금리 인상의 충격을 더 받는다.
또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액수가 적고 수수료율도 낮은 편이라 중도 상환을 할 수 있는 여력이 큰 편이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중도 상환 수수료율은 0.6~0.8% 수준으로 1%가 넘는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낮다.
주택담보대출 중도 상환 규모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1~8월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도 상환 건수는 16만1230건으로 지난해(27만2979건)의 59.1%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구입이라는 목적이 뚜렷한 데다 대출액 자체가 커서 중도 상환하기가 쉽지 않다”며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엔 고금리인 신용대출부터 우선적으로 갚아나가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은행들은 대출 중도 상환에 대해 부과하는 수수료로 5년간 1조1546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과거에 저금리로 받은 대출을 금리 급등 시점에 중도 상환하면 은행은 더 높은 이자율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된다”며 “은행 수익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중도 상환 수수료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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