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올해 30만 대를 넘기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나 기본적인 정비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는 32만8267대로 집계됐다. 2017년 말 2만5108대였던 전기차는 △2018년 말 5만5756대 △2019년 말 8만9918대 △2020년 말 13만4962대 △2021년 말 23만1443대 등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반면, 전기차 관련 시설의 확충 속도는 이런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8월 기준 국내 ‘전기차 중량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전기차의 89.8%에 달하는 29만4872대가 1850kg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차장법은 중형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의 무게를 1850kg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10대 중 9대는 중형 기계식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서울 내 기계식 주차장(1만4927곳) 가운데 98.4%(1만4693곳)가 중형 기계식 주차장임을 고려하면 전기차를 기계식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주차장법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신규 기계식주차장을 설치할 때는 전기차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기차 정비 인프라 부족도 심각하다. 홍 의원실에서 국토부 자료를 취합한 결과 국내의 차량 제조업체 전담 서비스센터 3597곳(수입차 브랜드 포함) 가운데 전기차 정비가 가능한 곳은 1330곳으로 37%에 그친다. 현행법상 전기차를 정비할 수 있는 정비소를 따로 규정해두지 않았고, 전기차 정비 관련 별도의 공인 자격증 역시 없다.
한국자동차정비사업연합회는 “전기차 정비를 위한 장비 구축에만 4000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 일반 정비소의 부담이 크다”며 “현재 일반 정비소 중 전기차 정비가 가능한 곳은 매우 극소수거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전기차 전환은 장려하면서도 기본적인 인프라는 유기적으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며 “전기차도 기계식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국민 안전을 위해 전기차 정비 자격기준과 시설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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