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시장이 중국산에 빠르게 잠식되면서 산업경쟁력 추락이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태양광 산업 부문에서 첫 무역 적자까지 낸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만 치중하다 정작 국내 산업은 고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폴리실리콘부터 잉곳, 웨이퍼, 셀, 모듈에 이르는 태양광 주요 품목 수출액은 5억1219만 달러(약 7285억 원)로 집계됐다. 수입액은 5억8910만 달러로 7691만 달러 적자다. 업계에서는 지금 추세라면 연간 적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태양광 부문은 2017년 관세·통계 통합품목분류표(HSK) 체계에 처음 산입됐다. 그해는 수출 29억8781만 달러, 수입 10억436만 달러로 수출이 수입의 3배 규모였다. 하지만 수지는 갈수록 악화해 지난해 수출 11억9418만 달러, 수입 11억8460만 달러로 흑자가 1000만 달러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수입의 90%가 중국산이다.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등 원재료 생태계가 무너진 영향이 컸다. 특히 ‘태양광의 쌀’로 불리는 폴리실리콘 수출은 2017년 10억 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 9500만 달러로 10분의 1 수준이 됐다. 2020년 OCI와 한화솔루션이 국내에서 잇따라 폴리실리콘 생산에서 손을 떼며 규모가 확 줄었다. 잉곳과 웨이퍼는 이미 중국 의존도가 95%에 이른다. 국내 유일의 잉곳·웨이퍼 업체였던 웅진에너지마저 7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셀(배터리)과 모듈은 값싼 중국산과 경쟁하느라 고전하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셀·모듈 수출은 18억4000만 달러에서 10억8900만 달러로 40% 줄어든 반면 수입은 3억7000만 달러에서 6억4800만 달러로 75% 늘었다. LG전자가 올해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며 국내 산업은 더 움츠러들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업계는 중국산의 저가 공세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용만 강조하고 막상 산업 육성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2010년까지만 해도 한국 태양광 산업 경쟁력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었는데 어느새 와르르 무너졌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은 계속 움츠러드는데 오히려 해외에서는 한국 제품을 찾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국내를 떠나 미국, 유럽 등 해외로 진출해 활로를 모색하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서 벌어들이는 돈을 국내에서 중국산으로 모두 까먹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국내도 해외 선진국처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산업 육성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는 이제 국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통과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현지 태양광 설비 투자 등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담고 있다. 값싼 중국산 유입을 배제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중국 태양광 소재 수입 중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미국, EU에서는 국가가 나서 키우는 만큼 우리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공장부지 확보, 전기료·세제 혜택 등을 통해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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