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로 전체 인구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들 시니어 세대를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가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구 구조 변화와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니어를 타깃으로 실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스타트업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창업가 대다수가 20, 30대로 상대적으로 시니어 세대의 니즈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니어 세대는 모바일 중심의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란 고정관념도 여전하다.
스타트업 데카르트는 이를 극복하고 최근 디지털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50대와 60대(5060)를 타깃으로 한 뇌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 ‘데카르트’를 만들었다. 2021년 3월 첫선을 보인 데카르트는 출시 1년이 채 안 됐는데도 2021년 구글플레이가 뽑은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에 선정됐다. 유료 앱인데 결제 고객의 70%가 5060 여성이다. 데카르트 앱이 5060 여성을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면서 이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배경과 실행 전략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2년 10월 1호(354호)에 실린 관련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 5060 뇌 건강에 주목
이제빈 데카르트 대표(사진)가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 중에서도 뇌 건강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에 대한 조사 결과 치매가 55%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치매와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통칭하는 뇌 질환 환자는 최근 10년간 20배가량으로 크게 늘었는데 특히 여성 비율이 70%에 달한다. 이 대표는 무료 앱이 판치는 시장에서 50대 이상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앱 서비스를 만들려면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환이 주제가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뇌 건강이라는 키워드는 인지력 향상뿐 아니라 운동, 식생활, 명상, 언어 공부 등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시키는 데도 유리하다. 뇌 건강을 유지하려면 다양한 활동을 통해 뇌의 여러 부위를 균형 있게 자극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두뇌 운동을 위한 게임만 시키는 다른 앱과 달리 데카르트가 영어 공부와 일기 쓰기, 명상, 홈 트레이닝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토털 웰니스 앱’을 지향하게 된 배경이다.
○ 치료제 아닌 비타민으로 포지셔닝
데카르트는 치매의 예방과 진단, 치료의 영역 중에서 철저히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이 대표는 뇌 질환이 굉장히 두려운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라는 데 주목했다. 아무리 좋은 예방과 치료법이 있더라도 사회적인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회피하면 소용이 없다. 더군다나 치매 혹은 경도인지장애는 증상이 발생하기 전부터 조기에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뇌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부정적인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데카르트가 내세운 핵심 콘셉트가 바로 매일 실천하는 ‘브레인 피트니스’다. 뇌 건강관리를 누구나 혼자서 집에서 쉽게 규칙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운동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하에 나온 콘셉트다.
구체적으로 데카르트 앱은 유저가 매일 일정한 루틴을 실천하도록 콘텐츠를 구성했다. 유저가 처음 접속하면 간단한 뇌 건강 자가 진단 테스트를 진행하고 오늘 실천할 목표 활동을 설정한다. 목표를 모두 달성하면 그에 대한 평가 결과와 보상 퍼즐을 받을 수 있다. 유저는 두뇌 운동뿐 아니라 왕초보 영어 같은 학습, 셀프 도수 치료, 필라테스 같은 70개 ‘홈트’ 영상, 호흡·수면 가이드, 명언과 건강 정보 등의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 롤 모델은 ‘애니팡’ 게임
데카르트 팀은 처음부터 게임 개발자와 디자이너 중심으로 팀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보통 의료진 출신이 주축이 되는 다른 디지털 치료제 앱과 차별화된다. 헬스케어 서비스의 특징 중 하나는 소비자가 아무리 유익하다는 점을 잘 알아도 꾸준히 실천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에 게임은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싶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이 대표는 게임만큼 재밌으면서 뇌 건강에도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게임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 개발자를 구할 때도 넥슨, 선데이토즈 등에서 잔뼈가 굵은 게임 회사 출신을 고집했다.
데카르트 앱 디자인의 최우선 원칙은 50대 이상 시니어 유저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한 예로 카카오톡과 유튜브 기본 기능 범위에서 벗어나는 사용자경험(UX) 디자인은 과감히 제거했다. 또 50대 이상이 즐겨 쓰는 애니팡, 캔디크러시 같은 게임의 UX를 적극적으로 참고했다. 예컨대 ‘더 높이’라는 아이스크림 쌓기 게임을 하다 보면 중간에 보너스로 아이스크림을 ‘팡팡팡’ 소리를 내며 쌓아주는데 애니팡이 보너스 콤보로 블록들을 한꺼번에 없애면서 예기치 못한 놀라움을 선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데카르트는 출시 3개월 만에 한 달에 9900원의 과금을 시작하며 앱의 시장성을 검증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2년 7월 50억 원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본격적인 스케일업에 착수해 2024년까지 유료 구독자 10만 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를 통해 국내에서 독보적인 ‘5060 웰니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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