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수 KWC 대표가 새로 도입한 친환경 종이테이프 제작 설비 앞에서 자사 테이프는 ‘재활용 표시’를 받아 박스에 붙인 채로 배출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천안=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택배 박스를 분리 배출할 때 비닐테이프와 스티커는 따로 떼어 버려야 한다. 용해되지 않는 비닐이 붙어 있으면 박스의 종이를 재활용하기 어렵다. 그런데 박스에 붙어 있는 테이프와 스티커를 떼어 내는 것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이 때문에 최근 많은 대기업과 택배회사들이 박스와 함께 버려도 되는 종이테이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종이테이프는 완전한 친환경이 아니어서 여전히 박스에서 떼서 버려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 박스에 붙여 배출해도 되는 친환경 종이테이프를 생산하는 곳으로는 케이더블유씨(KWC)라는 중소기업이 있다. 여느 종이테이프와 달리 물(알칼리 용액 0.5%)에 완전히 용해되기 때문에 종이테이프를 붙인 채로 배출해도 되도록 해준다. ‘환경보호를 넘어 지구를 보호하는 사업’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친환경 종이테이프는 물론이고 친환경 인테리어 자재, 친환경 식품포장재를 생산한다. KWC의 신영수 대표이사(62)를 지난달 말 충남 천안의 공장에서 만났다.
―친환경 제품 개발에 천착한다고 들었다.
“1990년에 설립된 KWC는 음료수병 등에 붙는 슈링크 라벨을 만드는 수축필름 회사다. 국내 식품 대기업인 CJ, 대상, 광동 등에 납품하고 있고, 국제 시장에서도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일본, 독일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 ‘신지식인’ ‘천만불 수출의탑’ 등 다양한 표창도 받았다. 그런데 환갑이 지나 돌아보니 결국 내가 만든 제품은 지구에 쓰레기로 남을 것이란 가책이 들었다. 그래서 인생의 마지막은 돈이 아닌,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일에 더 매진하고 싶었다.”
―주력 상품을 친환경 종이테이프로 정한 이유는….
“우리나라 테이프 시장이 5000억 원 정도 된다. 대다수가 중국산 비닐테이프다. 돈을 주고 쓰레기를 수입하는 셈이다. 이걸 20%만 친환경 종이테이프로 바꾸어도 1000억 원어치를 덜 수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 필름을 생산했기 때문에 이를 응용해서 앞으로도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한 것이다.”
―친환경 종이테이프 도입의 어려운 점은….
“많은 분들이 종이테이프가 무조건 친환경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수지로 코팅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것은 완전 해리가 불가능하고 발암물질도 섞여 있다. 그러나 우리 회사 종이테이프는 100% 종이로만 생산됐고, 제품 생산이나 해리 과정에 유기용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의 큰 장점이자 자부심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환경인증을 담당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생산 과정에 유기용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 등을 삭제하려는 개정을 검토하고 있어 걱정이다. 엄격한 환경보호 기준에서 되레 후퇴해서야 되겠나. 유기용제는 또 다른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친환경 종이테이프는 상대적으로 더 비싸서 소비에 제한이 있을 듯하다.
“비닐테이프보다 2배 정도 비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 3번만 리사이클링을 한다면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훨씬 더 경제적이다. 박스까지 쉽게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친환경 종이테이프 외에는 어떤 제품들이 있나.
“우리 회사 종이벽지는 100% 친환경 수성 점착 코팅이라 포름알데히드가 전혀 없어 아토피 피부염이 발생하지 않는다. 식품용 종이박스도 비닐코팅이 돼 있지 않아 건강에 이롭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는 친환경 제품 생산을 크게 늘리려고 한다. 최근 주식회사 GPC(대표 신효민)와 공동으로 100억 원을 들여 친환경 제품 생산설비 라인을 새로 구축했다. 환경 보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데 이에 맞춰 정부도 친환경 제품 생산 기업에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줘 이런 제품의 생산이 늘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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