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유니콘 기업이 23개이지만 대부분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젠 한정된 시장을 독식하기 위한 경쟁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으로 가야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7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선 ‘한국’ 하면 한류와 함께 디지털을 떠올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벤처기업인 출신인 이 장관은 “글로벌에서 K스타트업을 주목하고 있는데, 한국 벤처투자 제도는 아직 손볼 곳이 많다”며 까다로운 외환 송금 규제 등을 대표 사례로 들기도 했다.
○ “한국 벤처투자 제도, 아직 손볼 곳 많아”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국내 벤처·스타트업은 위기를 겪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올해 초 1조2000억 원대에서 9월 3816억50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중기부가 올해 9월 미국 뉴욕에서 한국 스타트업과 미국 벤처투자업계 간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스타트업 서밋을 연 것도 국내 시장에선 스타트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장관은 “해외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며 이번 서밋에서 소재 관련 스타트업이 미국 벤처캐피털(VC)과 투자확약서를 체결한 예를 들었다. “삼성 출신 창업·투자자 모임인 ‘엑스삼성’이 연결해준 VC여서 서로 신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류 인기가 높으면서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많은 중동 진출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변화를 기존 틀이 못 따라가는 것이 규제”라며 “국내 스타트업의 세계화를 위해선 글로벌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글로벌 지사를 둔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외국으로 돈을 보내면 ‘돈세탁’으로 의심받는 등 외화 송금이 까다롭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는 외환거래법상 해외 자금이 들어오거나 국내에서 돈이 나갈 때 외환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초기 스타트업은 금액이 적고 해외 송금처도 생소한 곳이 많아 신고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중기부는 기획재정부 등과 협력해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이 장관은 “한국을 외국인 창업자가 오는 ‘창업 허브’로 만드는 것도 글로벌화”라며 “국내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자리 잡도록 실리콘밸리처럼 비자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 “납품대금 연동제 안착까지 최소 3∼5년 필요”
이 장관은 중기부가 시범사업 중인 납품대금 연동제가 안착되기까지 적어도 3∼5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강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납득한 내용을 바탕으로 법제화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대해선 “인기투표하듯이 결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예전과 상황이 바뀌었다면 먼저 시장상황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최근 소상공인 피칭(투자 유치) 대회를 시작으로 벤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팁스, 클라우드펀딩 모델을 적용해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 장관은 “과거처럼 벤처·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시대가 되고 있다”며 “이웃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동네를 만드는 데 소상공인의 영향이 결정적인 만큼 질적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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