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에 세단 바람이 불고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메르세데스-벤츠 EQE 등이 출시되면서 소비자의 선택지는 넓어졌다. 하지만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비슷할 정도로 높은 가격은 소비자 선택에 있어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세단 전기차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기아 EV6 등 SUV 차량이 대세를 이루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세단 매니아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지난 9월에는 국산 첫 전기차 세단 아이오닉6가 출시됐다. 아이오닉6는 공기역학을 고려한 유선형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산 전기차 중 처음으로 1회 충전 500㎞대를 달성했고, 넓은 실내 공간도 장점으로 꼽힌다.
수입차 브랜드에서는 프리미엄급 세단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6월 대형 전기차 세단 EQS를 출시했고, 10월 들어서는 준대형 세단 EQE를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세단 S클래스와 E클래스에 해당하는 전기차다. 특히 E클래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수입차 모델이어서 EQE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크다.
BMW는 지난 3월 말 준중형 세단 i4를 출시했고 오는 11월에는 대형 세단 i7을 내놓을 예정이다. 아우디도 지난해 12월 아우디 e-트론 GT로 전기차 세단 라인업을 갖췄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 세단은 대부분 상위 모델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전기차 판매의 핵심이 되는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배터리 용량에 달렸는데, 차체가 큰 상위 모델의 플랫폼을 가져오면 고용량 배터리를 쓸 수 있다. 중형 세단인 아이오닉6도 SUV 차종인 아이오닉5의 E-gmp 플랫폼을 공유하고, 벤츠 EQE도 EQS, EQE SUV와 같은 EVA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다만 상위 플랫폼을 쓰는 것은 장점이면서도 단점으로 작용된다. 상위 플랫폼 덕에 긴 주행거리와 넓은 레그룸을 가져왔지만, 늘어난 배터리 만큼 가격이 높아졌다. 전기차 가격은 배터리가 30~40% 수준을 차지한다. 내연기관 모델에서 세단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SUV는 더 비싸다는 상식이 전기차 모델에서는 먹히지 않는다.
아이오닉6 가격(보조금 지급 전 기준)은 트림에 따라 5437만~6414만원이다. 반면 SUV급 차종인 아이오닉5는 5005만~6135만원 선이다. 세단인 아이오닉6가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벤츠 EQE의 가격은 1억160만원인데, 상위 세단인 벤츠 EQS의 가격은 1억3890만원에서 시작한다. 16일(현지시각)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벤츠 EQE SUV 가격은 아직 미정이지만 EQS 가격을 고려하면 EQE SUV는 세단 EQE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지나오면서 소비자들은 세단 보다 활용도가 높은 SUV를 선택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동안 SUV차량 판매 비중은 58%로 세단 34%를 크게 앞질렀다. 이같은 SUV 유행 속에서 가격마저 세단이 높으면 전기차 세단 선택은 쉽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가격 구성이 달라 배터리 용량이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SUV와 세단은 큰 차이가 없다”며 “최근 트렌드도 그렇고, 도심형 SUV는 세단의 강점인 주행도 가져와 전기차에서는 SUV가 유리한 구조다. 전기차 세단은 가격을 비교적 덜 신경쓰는 고급 차종 위주가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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