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향후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경상수지도 당분간 변동성이 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난 8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과 관련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불확실성이 큰 만큼 예단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19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에 실린 ‘향후 수출 여건 점검 및 경상수지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나라 수출은 상반기까지 양호했던 증가세가 크게 축소되고 있는 반면, 수입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향후 무역·경상수지 흐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상수지는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서비스, 무통관수지 등의 호조에 힘입어 안정적인 흑자기조를 유지해왔으나 최근 들어 무역적자 지속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축소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4월(-40억2000만 달러) 이후 2년 4개월만래 최대 적자폭이다. 에너지 등 원자재 수입 증가로 상품수지는 7월부터 2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한은은 그러나 주요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움직임에 취약한 구조인데, 에너지수입액이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GDP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주요국에 비해 큰 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경상수지는 수출 둔화세가 확대되고 팬데믹 호조 요인이 약화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당분간 변동성이 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재화에서 서비스로의 소비 전환은 경상수지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수출 둔화세가 이어지고 수입도 높은 에너지수입이 지속됨에 따라 개선 흐름이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수지도 여행적자 확대, 물동량 둔화, 운임 하락으로 인한 운송흑자 축소로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용준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차장은 “향후 8월과 같은 경상 수지 적자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며 “무역수지가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역수지가 적자가 나더라도 상품수지는 흑자가 발생할 수도 있어 상품수지가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단하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경쟁력 강화가 바탕이 되는 가운데 에너지소비 효율화 및 여행·컨텐츠 등 서비스업 경쟁력 제고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출의 경우, 주요 수출 대상국인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BIC3’의 경기위축으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EU는 가파른 물가상승·금리인상 속도가 공통충격으로 작용하면서 강한 경기동행성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부동산 부실 등 내부 문제가 상당기간 영향을 미치면서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향후 우리 수출은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우리 수출은 주요국 일부 경기가 부진한 경우에도 상당폭 둔화됐으며, 금융위기 등 동반 부진시에는 위축 모습이 뚜렷했다. 특히 우리 수출은 국가별로는 중국 경기와, 품목별로는 비IT부문 경기와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정치적 갈등 등으로 촉발된 지역별 경제분절화와 이에 따른 글로벌 무역규제 심화는 수출의 장단기 하방리스크로 상존하고 있다. WTO체제의 자유무역을 위한 국가간 협상·조율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강대국간 양자택일이 요구되거나 무역규제가 일방향으로 시행될 경우 대(對)중 혹은 대미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별로는 대미·EU 수출은 소비재·자본재 위주의 비IT제품 비중이 높은 특성상 미 연준·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정책이 지속되면서 경기민감 품목을 중심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우리 기업들이 가격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미 현지생산을 늘리면서 중장기적으로 대미 전기차·배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대중 수출은 중국 성장세 약화, IT경기 하락 등 경기적 요인에 중국 기술력 강화, 내수중심 성장구조 전환 등 구조적 요인이 가세하면서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본재·중간재 시장에서의 중국 자립도 상승, 경쟁심화로 대중 수출여건은 점점 악화될 우려가 있으며, 소비재 수출도 우리 제품의 중국내 시장점유율(2021년 3%)이 낮아 단기간내 반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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