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보험 재매입제도로 업계 부실화 선제대응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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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규 한국보험법학회장
최병규 한국보험법학회장
1년 사이 경제와 금융시장 여건이 크게 변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과 고민이 커지고 있다. 소득은 줄거나 별로 늘지 않았는데 생활비와 채무 부담은 증가하고, 애써 모은 자산의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대출금리마저 치솟자 돈이 필요한 서민들은 마땅한 자금조달처가 없어 곤란하다. 보험을 해지하거나 사금융으로 내몰릴 처지인 것이다. 보험업계도 어려운 상황인 건 마찬가지다. 부동자금을 끌어올 수도, 기존 자금의 유출을 막기도 쉽지 않다. 보험 해약도 크게 늘 수밖에 없다.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보험환매요구권(보험계약 재매입제도)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보험사가 보험 상품 환급금에 프리미엄을 얹어 주고 계약자로부터 보험을 사들일 수 있게 했는데, 국내에도 도입하자는 것이다.

2000년대 이전 고금리 보험 가입자는 보험약관대출 이자가 높아 계약 해지 외에는 자금 활용 부담이 크다. 보험환매요구권이 도입되면 중도 해지하거나 약관대출을 이용하는 것 외에도 새로운 자금운용 옵션이 생기는 셈이다. 프리미엄이 높다면 긍정적인 제도로 본다.

보험업계가 당면한 잠재 위기도 일부분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는 2000년대 이후 구조적인 이차(利差)역마진 문제를 겪고 있다. 보험료를 운용하여 얻는 이자보다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이자가 큰 상황이다. 그로 인한 부채가 150조 원이 넘는다. 당장의 고금리가 아주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 한 역마진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대규모 역마진은 결국 보험사의 미래 지급능력 악화나 부실화로 나타나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1990년대 일본 생보사들의 연쇄파산 사태가 좋은 사례다. 보험계약 환매는 이차역마진 규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생 불가능한 단계의 부실 보험사에 대한 강제적 정리방안은 잘 제도화돼 있다. 하지만 부실 전 단계 자구노력을 쉽게 하는 제도는 미비한 게 현실이다. 사실 자구 단계에서는 더 적은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부실 전 단계에서 계약 이전이나 보험계약환매 등 보험사의 다양한 자구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보험이 중도에 해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경제적 곤경에 처한 계약자의 보험 해약은 현실이다. 경우에 따라 필요한 계약자에게 보다 나은 기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다. 보험사가 조건을 제시하고 계약자가 응하는 것은 사적자치의 영역으로서 현 법규상으로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소비자가 충분히 판단하고 불리하지 않도록 조건, 절차 등은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가 제도 미비로 자구 기회를 놓치게 되면 결국 미래 계약자나 국민 부담이 커진다. 아직 보험사의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금이 적기이다. 늦지 않게 관련 제도의 마련을 촉구한다.

#보험#재매입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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