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대 실적을 올린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7∼9월) 실적이 전 분기 대비 반 토막 이하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와 경기침체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홀딩스는 19일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57.1% 줄어든 9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 컨센서스(1조4764억 원)보다 39%가 더 낮은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은 71% 급감했다. 매출액(21조2000억 원)도 2분기(4∼6월)보다 7.9% 감소했다.
환율, 금리, 물가 등 3고(高) 현상에 포스코그룹이 7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는 등 이번 실적 악화는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 하지만 8월 경북 포항제철소를 덮친 태풍 힌남노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서 실적 감소세는 기존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의 분기 철강 판매량은 작년보다 14% 떨어진 770만 t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포항 냉천 범람에 의한 포항제철소 생산 중단으로 영업 손실과 일회성 비용이 늘어나면서 4400억 원가량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같은 하락세가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포항제철소 정상화에 수개월이 더 걸릴 것이란 게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올해까지 포항제철소 18개 공장 중 14개를 완전 가동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까지 포항제철소의 1열연과 1냉연 공장 등을 복구한 포스코그룹은 연내 제2열연·냉연 공장과 선재, 스테인리스 공장 등을 마저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이번 피해로 포스코가 2조 원 이상 매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강 수요 감소에 따른 철강 과잉 공급 문제도 관건이다. 중국철강협회(CISA)에 따르면 중국만 해도 철강 재고량이 이달 들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 이상 늘어난 1630만 t이다. 업체별 철강 생산 능력은 꾸준히 높아져 저가(低價) 수주 경쟁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5년 글로벌 철강 생산 능력이 현재보다 2.2∼5.9%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가 이달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6.6원 인상한 것도 전기 사용량이 많은 철강 업계의 큰 부담이다. 이런 대내외 악재 속에 포스코홀딩스는 이미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다. 4분기(10∼12월) 영업이익도 작년 동기보다 3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증권사들은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포스코를 비롯해 국내 철강 업계는 경기 침체에 대비하며 상반기(1∼6월)부터 철강 생산량을 줄여 왔다”며 “여기에 고환율, 재난 피해 등이 겹치면서 국내 철강 업계의 호황기는 사실상 끝나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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