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금리 추세와 집값 하락 등으로 얼어붙은 주택시장과 관련해 정부가 ‘연착륙’ 대책 마련을 시사했다. 당분간 집값 하향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장 부양책 대신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책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집값 하락세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의 주문에 “(집값 급등기에) 50% 오른 가격이 7% 내린 게 폭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원 장관은 “현재의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는 부동산 시장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거시경제 여건으로 인한 상황 때문에 진행되는 성격이 크다”며 “현재 매도인들의 호가도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가격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라 현재 가격과 거래 상황을 특정 국면으로 단정짓기엔 어렵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달라진 시장 상황을 감안한 연착륙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선 불안해진 전세시장에서 다수의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될 가능성과 관련해 “전세사기 뿐만 아니라 전세금 반환불능 사태도 함께 대책 세워야 한다”고 했다.
원 장관은 “(집주인들의) 세입자 전세금 반환에 지장이 없어야 된다”며 “전세금 반환을 유예하는 대출 부분은 기존의 여러가지 규제들을 개선해서 길을 열어주려고 지금 금융당국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지원책은 투기성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원 장관은 지난 6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과거 방만한 전세대출과 다주택자들의 갭투자 등으로 가격 하락기에 발생한 깡통전세 문제를 (정부가) 다 떠안아야 할지는 매우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원 장관은 집값 하락으로 크게 늘어난 ‘깡통전세’를 국가가 매입해야 한다는 정책 제안에도 “충분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필요하다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기금도 끌어들이고, 더 사태가 확산되면 국민들도 동참시켜 ‘국민리츠’ 같은 걸 만들어서 깡통주택을 매입해 3~4년 보유해서 하자가 없으면 공공임대로 돌리는 방안이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원 장관은 “결국 재원과 가격결정이 문제가 되겠지만 심도 있게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경매에 가서 경락가율(경매낙찰가율) 자체도 실제 시세와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저희들이 연구해보면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청년세대를 위한 주거지원 종합대책과 관련해서도 “부모의 자산을 증여나 상속으로 물려받거나 부모들이 자녀 이름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집을 마련한 부분은 지원이나 구제 대상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실수요자 위주 설계를 강조했다. 대책에는 청년원가주택·역세권첫집 등 대선 공약이었던 청년주택 공급 계획과 청약제도 개편안이 담길 예정이다.
올해 들어 집값이 하락하면서 공시가가 시세를 웃도는 ‘역전 현상’이 생길 것이란 우려에는 이르면 다음달 발표될 공시가격 현실화 재검토 방안을 통한 손질을 예고했다. 원 장관은 “(역전현상은) 시장 원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의 지나친 세 부담은 대폭 완화가 필요하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1.8%에 머무르고 있는 주택청약통장 이자율 상향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원 장관은 “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부 방침이 서면 기금운용심의위를 열고 이자율 인상 여부와 인상폭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여야 목소리에는 적극 공감했다. 법정동 단위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단위가 과도하다는 지적에는 “비합리적인 규제로 보고 있다”며 “지자체에 (개선) 지침을 전달했고 실무자에게 설명했다”고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종 규제지역의 중복 내용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주문에는 “현재 작동 중이라 당장 고치기는 무리”라면서도 “과거처럼, 예를 들어 이명박정부 때처럼 강남까지 투기과열지구를 전부 회수했을 때, 새롭게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오면 (합리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다만 서울주택도시공사(SH)처럼 LH도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원 장관은 “가격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SH와 LH는 사업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