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 300억 미만 인수는 무신고
공정위는 기준 강화할 계획 없어… “플랫폼의 문어발 차단 한계” 지적
카카오 5년간 M&A 85% 간이심사, 다른 업종 인수 많아 감시망 제외
공정위, 기준 높여 일반심사 방침
5∼7월 카카오가 진행한 기업결합(M&A) 11건 중 7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받지 않고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 원 미만인 소규모 기업을 인수할 경우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카카오와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자산·매출액 300억 원’ 기준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어서 플랫폼 사업자의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카카오,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위한 M&A를 막기 위해 행정규칙인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개정할 방침이다. 특히 기업결합 심사 기준에 이용자 수, 트래픽 등을 반영해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 심사 방식은 매출액을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아 무료 서비스가 많은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기업결합 신고 범위를 넓히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기업결합을 할 때 신고해야 하는 기준은 ‘자산 또는 매출액 300억 원 이상’인 기업을 M&A하는 경우다. 이 기준으로 인해 상당수 온라인 플랫폼 기업결합이 심사를 받지 않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7월 카카오의 기업결합 11건 중 7건은 매출 300억 원이 되지 않아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신고 기준 확대 가능성에 대해 “신고요건 개정은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며 “신고 기준 개정 계획과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언급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자산·매출액 심사 기준을 상향 조정한다고 해도 심사 사각지대는 또 있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은 M&A 때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만 따지는 간이심사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카카오·네이버 기업결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카카오가 신고한 기업결합 62건 중 85.4%인 53건은 간이심사로 결합이 승인됐다. 10건 중 9건이 간이심사를 받은 셈이다.
이처럼 간이심사 비중이 높은 것은 공정위가 지금까지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개별 상품·서비스 시장에 대한 경쟁 제한성 중심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결합 검토 초기 단계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면 간이심사를 진행한다.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과 결합하는 경우가 많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해서는 간이심사가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공정위는 이 같은 점을 보완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경우에는 다른 업종 간 기업결합을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일반심사를 하도록 심사 기준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서로 다른 여러 서비스를 연계해 복합적 지배력을 키우는 플랫폼 고유의 특성도 앞으로는 경쟁 제한성을 판단할 때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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