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경색에… 정부 “50조+α 유동성 공급”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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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시장 ‘돈맥경화’]
국책銀 회사채 매입 8조 →16조 확대
오늘부터 채안펀드 1조6000억 투입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근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자 정부가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국책은행이 매입하는 회사채 규모를 16조 원으로 두 배로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선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시장안정 대책을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회사채 및 단기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선 정부는 24일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여유 재원 1조6000억 원을 투입해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직접 매입한다. 아울러 채안펀드를 20조 원 규모로 조성하기 위해 다음 달 초까지 금융권에 대한 추가 자금 요청을 끝낼 방침이다.

또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매입하는 비우량 회사채 및 CP 한도를 현행 8조 원에서 16조 원으로 높이고 매입 대상에 증권사가 발행한 CP도 포함하기로 했다. 부동산 개발사업과 관련해 증권사가 발행한 ABCP 등의 상환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왼쪽부터)이 회의 전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왼쪽부터)이 회의 전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유동성 부족 겪는 증권사에 3조원 지원”


정부 ‘50조+α’ 안정 대책



레고랜드 관련 지자체 보증이행 확약
우량 PF사업장에 10조 보증 지원
금투업계 “금융안정대출 재가동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부실 우려가 높아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됐다.

PF 사업의 ABCP 만기가 돌아왔을 때 차환(신규 사채를 발행해 만기 ABCP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를 위해 이르면 이번 주부터 한국증권금융이 3조 원을 지원한다. 증권금융은 증권담보대출,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필요하면 지원 규모를 늘릴 방침이다.

또 우량한 PF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단기 유동성 위기에 노출된 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가 10조 원 규모의 보증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두 기관이 내년까지 각각 5조 원의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형태다.

레고랜드 사업 주체인 강원도가 ABCP에 대한 채무 보증을 거부하면서 시장 경색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확약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한은 대출 담보 대상에 국채 이외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금융투자업계는 한은 측에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금융사에 대출해 주는 ‘금융안정특별대출’의 재가동을 요청했다.

‘50조 원+알파’ 지원책이 발표되면서 시장 불안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대책에 비우량 회사채 및 부동산 PF와 관련된 ABCP 매입 등이 포함돼 시장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사채 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한은의 금리 인상 행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만큼 회사채 금리가 따라 오르고 기업의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이와 관련해 “(이번에 발표된) 방안은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데 대한 미시적인 조치라서 거시 통화정책 운영에 관한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금시장#레고랜드#회사채#채안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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