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에서 1997년과 같은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진단을 내놨다.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충격을 완충할 정도로 강해졌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을 향해서는 “인플레이션에 정면 대응해야 한다”며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을 보완하고 뒷받침해야 한다”는 조언을 건넸다.
IMF는 25일 ‘역풍 속으로의 항해’(sailing into headwinds)라는 제목의 자료를 내고 전 세계에 추가적인 통화긴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부 수요 약화는 아시아의 회복을 지연시킬 전망이다. 2023년에는 미국과 유럽, 중국의 수입 수요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시아 무역 상대국 경제성장률(GDP)이 추가적인 하방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상충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하락이 경제성장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일부는 내수 회복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한 IMF 전망치는 올해가 2.6%, 내년이 2.0%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는 한국을 두고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강력한 펀더멘털”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 국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 1997년과 같은 경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은 강하다”는 견해를 거듭 확인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은 탄력적인 변동 환율제를 채택했고, 금융부문도 회복력이 견고하다”며 “공신력 있는 통화정책의 틀을 잡고 있어서 선진국보다도 먼저 긴축에 나설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서 “예전에는 통화 만기 불일치가 있다면 지금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전체적으로 좋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또한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한국의 무역수지는 상당히 복원력이 있으며 양호하다고 판단된다”며 “충격이 촉발되었던 것은 교역조건 악화,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이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가중되었지만 해당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보이면서 점차 한국의 무역수지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며 경상수지도 올해 흑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가지 주의할 점은 부채 문제”라며 “정부는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60%가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高)물가를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현재로선 물가 대응이 우선이라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정책 긴축을 운용하면서 성장 전망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통화긴축으로 인플레이션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반드시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상충 관계에 대해서도 점검하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면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말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나라 경제·금융당국이 ‘50조원+알파(α)’ 규모의 유동성 공급책을 내놓을 것을 두고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업어음(CP) 시장에 안정화 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정 부문의 부실화가 전이되는 것을 막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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