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결과
공식적 지위-역할 의존 리더십, 팀내 창의성 억누를 가능성 커
사람들과 관계 좋은 네트워크 리더, 정보-자원 조달 유리해 성과 실현
몇 년 새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 산업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이제 미국 대학에서도 K팝과 드라마 등 K콘텐츠를 ‘창조 산업’의 주요 예시로 드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놀랍게도 음악, 예술 등 대중을 상대로 하는 창조 산업에서의 바람직한 리더 역할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어떤 스타일의 리더가 집단의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창조 산업에 적합한 리더인지 정확히 규명된 바 없다. 이에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2010년 기준으로 뉴욕에서 활동한 총 346개의 재즈밴드를 대상으로 2021년까지 추적 연구를 진행해 밴드 내의 리더십과 밴드의 수명 사이의 관계, 리더십과 음악적 창의성, 대중적 인기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이 밝혀낸 사실은 첫째, 공식적인 리더가 있는 재즈밴드는 공식 리더가 없는 밴드에 비해 덜 창의적이다. 다시 말해, 리더가 없는 팀이 더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346개의 재즈 밴드 중 리더가 있는 250개의 밴드보다 리더를 따로 정하지 않은 96개 밴드의 음악이 더 창의적이라는 것을 전문 재즈 평론가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밝혀냈다.
둘째, 재즈 밴드 내 ‘네트워크 리더’의 존재 여부는 밴드의 창의성과 인기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네트워크 리더란 조직 내외부의 여러 사람과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을 뜻한다. 이 연구에서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재즈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중개자 역할을 하는 등 사람들을 잘 연결하는 사람 △다른 사람들과 잘 연결돼 있는 사람과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을 이러한 유형으로 봤다.
셋째, 의외로 창의성이 높은 팀일수록 밴드의 수명이 짧았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창조적인 사람들은 한 조직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스카우트 등 외부 경력을 찾을 기회가 더 많았을 것으로 봤다. 그리고 창의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예컨대 일과 생활의 불균형, 번아웃 등이 창의성과 팀의 수명의 부정적인 관계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창조 산업에서 ‘리더-부하 직원’이라는 공식화된 계층 구조나 관계가 낳을 수 있는 역효과를 보여준다. 창조 산업뿐 아니라 기타 스타트업이나 기업에서도 리더들이 회사가 부여한 공식적 지위와 역할에만 기반한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의도와는 반대로 팀 내 창의성을 억누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편 네트워크 리더는 필요한 정보와 자원들을 조직 외부에서 시의적절하게 끌어오고 더 많은 기회를 팀에 가져다준다. 따라서 팀의 창의성은 물론이고 대중적 인기라는 성과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기업들은 양질의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조직의 창의성과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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