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 60%감소 ‘어닝쇼크’…“투자도 절반 줄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6일 11시 34분


PC, 스마트폰 시장 부진에 메모리 반도체 타격
3분기 매출·영업이익 작년보다 7%, 60% 감소
시설 투자도 10조 원대 후반에서 내년 절반으로
“공급이 수요 초과하는 상황 당분간 지속” 전망

경기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 ‘M16’ 공장의 모습.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7000㎡ 규모로 SK하이닉스 보유 생산 시설 중 가장 크다. SK하이닉스 제공
경기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 ‘M16’ 공장의 모습.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7000㎡ 규모로 SK하이닉스 보유 생산 시설 중 가장 크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3분기(7~9월)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PC, 스마트폰 시장 부진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반도체 업황 위기에 올해 10조 원 이상 썼던 설비 투자도 내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26일 3분기 매출 10조9829억 원, 영업이익 1조6556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 60%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사 전망치(2조1569억 원)보다 23% 밑돌았다.

전 세계적 거시경제 악화로 D램과 낸드 제품 수요가 부진하며 판매량, 가격 모두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또 최신 공정인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4세대 D램과 176단 낸드의 수율(양산품 비중)과 판매 비중을 높여 원가경쟁력이 개선됐지만 원가 절감폭보다 가격 하락폭이 커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하며 전례 없는 시황 악화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PC는 작년보다 10% 중반대, 모바일은 한 자릿수 후반대 비율로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버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축소와 재고 조정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 10조 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일정기간 동안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시장 수급이 정상화되도록 조정하겠다는 취지다.

SK하이닉스는 다만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수요는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성장세를 탈 것으로 기대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산업이 계속 커지면서 대형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이 분야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제품인 HBM3와 DDR5·LPDDR5 등 D램 최신 기술은 우리가 선도하고 있다”며 “장기 성장성 측면에서 회사의 입지가 확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은 3D 형태의 메모리 반도체로 HBM3가 현존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0월 말 세계 최초로 개발해 올 6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공급계약도 체결하고 양산을 개시했다. DDR5는 이전 세대인 DDR4보다 속도가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소모량도 10% 이상 적은 차세대 D램이다. HBM과 DDR5 모두 그동안 높은 가격때문에 시장이 크지 않았지만 AI, 데이터센터 등 기술 고도화로 갈수록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높아지며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의 새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또 “올해 3분기 업계 최초로 238단 낸드를 개발했고, 내년에 양산 규모를 확대해 수익성을 높여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지난 역사 동안 항상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던 저력을 바탕으로 이번 침체기를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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