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숫자는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7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임원 자리도 작년 대비 500곳 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1970년~1974년 사이 태어난 70년대 초반 출생자들은 올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고, 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 임원도 1%대 첫 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올 연말~내년 초 사이 단행될 2023년도 인사에서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임원 자리를 줄이려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27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올해 파악된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수는 717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664명보다 511명 늘어난 숫자다.
이같은 배경에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과는 달리 국내 매출 100대 기업들의 경우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렸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과 2021년 국내 100대 기업 매출 외형은 1106조원에서 1287조원으로 1년 새 16% 이상 덩치가 커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4.1%(64조→105조원), 111.9%(42조→89조원)로 향상됐다.
경영 실적이 크게 좋아지다 보니 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올해 임원 자리도 전년보다 많이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100대 기업의 경우 한 개 회사당 평균 5명 정도씩 임원을 더 많이 발탁한 셈이다.
연도별 100대 기업 임원 숫자는 2011년 6610명, 2012년 6818명, 2013년 6831명으로 6000명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2014년 7212명으로 100대 기업 임원 숫자가 첫 7000명대로 진입했다. 이후 2015년 6928명, 2016년 6829명, 2017년 6900명, 2018년 6843명, 2019년 6932명으로 변동됐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2020년(6871명)과 2021년(6664명)에는 임원 감소세가 뚜렷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과 달리 작년 한해 대기업 경영 실적 호조로 임원 숫자도 2014년 이후로 8년 만에 다시 7000명대로 진입했다.
하지만 조만간 단행될 2023년 인사에서는 임원 한파가 불어 닥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다. 그 배경에는 올 하반기 실적 저조와 내년도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유니코써치 측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기업 경영환경이 위축되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 갈등 기류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혼돈의 상황이어서 내년도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 실적은 올해 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는 등 긴축 경영을 할 곳이 많아져 임원 자리부터 줄이려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젊은 임원 등용 바람…삼성전자, 10명 중 6명 ‘1970년 이후 출생’
7100명이 넘는 올해 100대 기업 임원 중 CEO급에 해당하는 등기임원(사내이사)은 28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사내이사 중 가장 많이 활약하고 있는 출생년도는 지난해와 비슷한 1960~1964년 사이 출생한 60년대 초반 세대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281명의 등기임원 중 131명(46.7%)이나 차지했다. 단일 연령별로는 1964년생이 35명으로 최다였으며 1965년(28명), 1961년(27명), 1963년(각 26명) 순으로 많았다.
대표적인 1964년생 경영자 그룹군에는 삼성생명 전영묵 사장, 삼성물산 한승환 사장, 삼성화재 홍원학 대표이사, 삼성전기 장덕현 대표이사 등 삼성 계열사 동갑내기 사내이사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이외 메리츠증권 최희문 부회장, SK가스 최창원 부회장, 현대차 장재훈 사장, KT 구현모 사장, HMM 김경배 대표이사 등도 모두 같은 해에 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1970년과 1980년대에 출생한 사내이사는 모두 33명이었다. 이중 한화솔루션 김동관 부회장은 1983년생으로 100대 기업 CEO급 중에서는 가장 젊었다.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을 모두 포함해 올해 100대 기업 전체 임원중에서는 1969년생 출생자가 724명(10.1%)으로 최다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663명보다 1년 새 61명 많아졌다.
1970년생은 709명(9.9%)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1968년생 708명(9.9%), 1971년생 675명(9.4%), 1967년생607명(8.5%), 1972년 534명(7.4%), 1966년 467명(6.5%), 1965년 413명(5.8%) 등의 순으로 100대 기업에서 임원 인원이 400명을 상회했다.
지난해 대비 올해 기준으로 임원이 가장 많이 등용된 출생자는 1972년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1년 새 178명이나 임원 반열에 올랐다. 이어 1971년(156명)과 1970년(134명) 출생자도 100명 넘게 임원으로 승진했다. 반면 1965년생 임원은 129명이나 짐을 싸고 회사를 떠나 대조를 보였다.
출생년도를 5년 단위별로 살펴보면 1965~1969년 사이 태어난 60년대 후반 출생자들은 올해 2919명(40.7%)으로 최다를 이뤘다. 하지만 60년대 후반 출생 100대 기업 임원 비율은 2020년 46.2%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는 45.5%로 상승세가 꺾어졌다. 올해는 40.7%까지 내려앉았다.
1960~1964년에 태어난 60년대 초반생 임원 비중도 2018년에는 34.4%로 30%대를 유지해왔는데, 이후 2019년 28.6%, 2020년 22.5%, 2021년 17.4% 순으로 점점 하락했다. 올해는 11.1%까지 임원 비중이 낮아졌다.
반면 1970~74년에 태어난 70년대 초반부 출생자 비율은 가파르게 상승세를 탔다. 2019년 18.3%, 2020년 23.7%, 2021년 28.3%이던 비중은 올해는 36.2%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비 올해 70년대 초반생 임원 비중은 7.9%포인트나 높아졌다. 올해 조사된 100대 기업 내 70년대 초반 출생 임원 숫자는 2594명으로 지난해 1886명보다 1년 새 708명이 늘었다.
1970년대 후반(75~79년) 출생 임원 비중도 2019년 2.2%, 2020년 3.4%, 2021년 5.2%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는 8.8%로 전년 대비 3.6%포인트 상승했다. 70년대 후반 출신 임원 수는 지난해 344명에서 올해 633명으로 1년 새 289명 증가했다.
1980년 이후 출생자도 지난해 63명에서 올해 105명으로 처음으로 100명대로 진입했다. 올해 100대 기업에서 활약 중인 MZ세대 임원 비중은 1.5%였는데, 80년대생이 1%대로 진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100대 기업 내 1960년생 임원 비중은 2018년 76.4%에서 2019년 74.1%, 2020년 68.7%, 2021년 62.9%, 2022년 51.7%로 지속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였다. 반면 1970년대생 임원 비중은 2019년 20.9%, 2020년 27.9%, 2021년 34.4%, 2022년 45.1%로 증가세가 확연했다.
1970년대생 젊은 임원의 적극적인 등용 바람은 삼성전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임원 숫자가 1000명이 넘는 삼성전자의 경우 1970년 이후에 태어난 임원 비율만 해도 60.3%로 열 명 중 여섯 명을 차지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2023년 대기업 인사에서 1971~1975년 사이 출생자 중 신임 임원을 발탁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럴 경우 국내 대기업의 재계 주도권은 1960년대생에서 1970년대생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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