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6시 반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관악신협 영업점 앞은 30명이 넘는 사람이 줄지어 있었다. 관악신협이 이날 판매한 연 10% 금리의 특판 적금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이었다. 일부는 오전 2시부터 기다려 앞 번호표를 받아갔다. 오전 10시쯤 대기번호가 500번을 넘어가면서 영업점은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이 적금의 온라인 판매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예고도 없이 시작됐는데도 6분 만에 온라인 전용 한도 350억 원이 ‘완판’됐다. 신협 관계자는 “별도 조건이나 한도 제한 없이 1년 만기에 10% 이자를 주는 특판 상품이 몇 년 만에 나오다 보니 고객들이 몰렸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이후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새벽부터 가입을 위해 줄을 서는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 ‘예테크(예·적금+재테크)’ 열풍 속에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선 주식 종목 추천 대신 ‘예금 갈아타기 계산기’가 유행하고 있다.
○ 8∼10% 고금리 예·적금에 새벽부터 오픈런
2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5.4%로 올 초에 비해 3%포인트 이상 뛰었다. 이날 저축은행 중 가장 높은 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는 JT친애저축은행의 연 6.3%다. 24일까지만 해도 CK, 안국저축은행이 연 6.5%를 제공해 가장 높았지만 몇 시간 만에 한도가 소진돼 이튿날 금리를 각각 연 5.9%, 연 6%로 낮췄다.
최근 새마을금고, 신협 등이 내놓은 연 8% 안팎의 고금리 특판 상품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 광주축산농협이 25일 선보인 연 7.2% 금리의 정기적금은 하루 만에 200억 원어치가 마감됐다. 서울 광진구 화양새마을금고가 12일 출시한 연 8% 금리의 정기적금도 하루 만에 특판을 끝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신협이 판매한 연 7% 이자의 정기적금 역시 10분 만에 완판됐다.
6%대 수신상품이 등장한 19일부터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과 비대면으로 저축은행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SB톡톡’ 애플리케이션은 연일 접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SB톡톡 앱 접속자가 평소보다 5배 이상 늘었다”며 접속자가 폭주해 29일 서버를 증설하기로 했다”고 했다.
○ 고금리 찾아 예·적금 갈아타기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도 현재 연 4.6∼4.95%로 5%에 육박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예·적금 잔액은 11일 현재 811조7546억 원으로 6개월 만에 110조 원 넘게 급증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금리에 예테크족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회사원 오모 씨(45·여)는 올 들어 정기예금을 두 번이나 해지하고 새 예금으로 갈아탔다. 5월에 연 3.1%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에 3000만 원을 넣었다가 8월에 연 금리 4.2% 상품으로, 이달엔 6%대로 갈아탔다. 오 씨는 “중도해지에 따른 손해를 감안하더라도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이득”이라고 했다. 재테크 커뮤니티에선 기존 예금의 금리와 만기, 해지 일자, 해지 금리 등 정보를 입력하면 예금 갈아타기에 따른 손익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예금 갈아타기 계산기’ 프로그램도 유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호금융, 저축은행 예·적금에 가입할 때는 예금자 보호 한도(계좌당 원리금 5000만 원)를 지켜야 한다”며 “또 시중은행보다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위기에 취약한 만큼 건전성 등을 따져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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