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경색]
대출 담보에 은행-공공기관채 추가
6조 RP 매입해 증권사에 숨통
금융당국, 예대율 규제 한시 완화
최근 정부의 시장 안정화 대책에도 자금시장 경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한국은행과 정부, 금융투자업계가 추가 대책을 속속 내놨다.
한은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시중은행이 한은에서 대출받을 때 담보물로 맡기는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를 추가한다고 의결했다. 또 자금난을 겪는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6조 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11월 1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한은이 기존에 담보로 인정하는 증권은 국채, 통안채, 정부보증채 등 국공채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은행채와 공공기관채가 포함되면서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은 한전채 등 공공기관채를 담보로 한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자금 확보 여력이 커진다. 그간 채권시장에서 유동성을 흡수하는 ‘구축 효과’를 냈던 은행채와 공공기관채 발행이 줄어들면 시중자금이 일반 회사채로 흘러갈 수 있다.
한은은 적격담보증권 확대와 RP 매입 등을 통해 총 42조5000억 원의 유동성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RP 매입은 단기금융시장에서 원활한 자금 순환을 도모하기 위한 유동성 조절 차원의 시장 안정화 조치”라며 “공급된 유동성은 나중에 다시 흡수되므로 현 통화정책 기조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융당국도 기존 100%인 예대율 규제를 향후 6개월간 은행 105%, 저축은행 110%로 완화하기로 했다. 은행과 저축은행이 기업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당국은 잇단 유동성 공급 대책의 효과가 다음 주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시장 안정 조치들이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최소 이번 주가 지나면 ‘레고랜드 사태’ 이전 상황으로 어느 정도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도 이날 9개 주요 증권사 사장단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을 위한 구제기금 마련에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업계 차원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증권사별로 500억∼1000억 원씩, 약 50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자산유동화증권을 매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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