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7∼9월) 반도체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스마트폰, PC 시장이 얼어붙고 주요 제조사들의 메모리 재고가 쌓인 탓이다. 삼성전자는 다만 올해 54조 원대의 투자 규모를 축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산업의 쌀’로 불리며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철강 업종도 우울한 실적을 내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산업 전체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 영업이익 반 토막 난 삼성전자 반도체
삼성전자는 27일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85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4% 줄었다고 밝혔다.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주요 사업부 모두 역성장했다. 특히 반도체(DS)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9.1% 줄어든 5조1200억 원에 그쳤다. DS부문은 매출액 역시 23조200억 원으로 작년 3분기에 비해 12.8% 감소했다. 메모리 부문(15조2300억 원)이 27% 감소한 게 결정적이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재고 조정 영향이 예상보다 컸다”며 “경기 불확실성까지 더해 전반적인 수요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MX·네트워크 사업부는 8월 말 출시한 갤럭시 Z폴드, 갤럭시 Z플립4 등 폴더블폰 신작 효과로 매출은 늘었지만 마케팅·프로모션 부담과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가 상승 탓에 영업이익이 줄었다. MX·네트워크 3분기 매출은 13.3% 늘어난 32조2100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3.6% 줄어든 3조2400억 원으로 집계됐다.
○ 삼성전자, “투자는 줄이지 않겠다”
삼성전자는 4분기(10∼12월)도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가 부진하고 메모리반도체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시설투자에 원래 목표대로 54조 원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의 48조2000억 원보다 12% 커진 규모다.
최근 경쟁사들이 투자 축소, 감산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대만 TSMC는 올해 설비투자를 기존 계획보다 10% 줄일 계획이다. 전날 ‘분기 영업이익 60% 하락’이라는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투자 기조 유지는 내년부터 반도체 수요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다. 한 부사장은 “현재 시장 수요가 위축된 것은 맞지만 중장기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인 수급 균형을 위한 인위적인 감산은 고려하지 않고 투자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수요 약세가 여러 매크로(거시) 이슈에 기인했던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시장 상황을 지속 관찰하겠다”고 했다.
○ 철강 업종 실적도 추락…산업 전반 불황 확대
현대제철은 이날 3분기 영업이익이 373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54.9% 감소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54.6% 줄어들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어난 6조9999억 원으로 집계됐다. 세아베스틸지주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68.9% 줄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홀딩스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와 함께 철강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1% 급감했다.
철강업체들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 부진이 가시화되면서 향후 실적 회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라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철강 가격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경기 선행지수인 해운 운임은 물동량 감소로 연일 하락세다. 21일 기준 글로벌 해운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778.69로 집계돼 올해 최고점인 1월 7일 5109.6 대비 65.2% 하락한 상태다. 부품업체들의 경우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적자 전환했고 삼성전기도 영업이익이 31.8% 감소하는 등 제조업 전반이 하향세를 걷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HD현대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5.2% 늘어난 1조716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4∼6월) 적자를 딛고 3분기 1888억 원 흑자를 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주를 달성한 데다 선박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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