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지난 3분기에 0.3% 성장하면서 상반기보다 훌쩍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나마 소비와 투자가 선방한 덕분에 연 2%대 성장은 지켜낼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짙어지는 경기 침체 우려에 정부조차 “내년은 더 어렵다”고 공공연히 언급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내년 1%대 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도 나온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분기(0.6%), 2분기(0.7%)에 비해 절반 가까이 깎인 수치다.
각 부문이 성장에 기여한 정도를 보면 △민간소비 0.9%포인트(p) △설비투자 0.4%p △순수출 -1.8%p로 나타났다. 민간 소비와 투자가 버텨준 덕분에 최근 무역수지 적자를 만회할 수 있었던 상황으로 풀이된다.
덕분에 한은은 올 남은 4분기 경제가 0%대 성장해도 한은의 연간 성장 전망치인 2.6%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내년 경제 성장 전망은 훨씬 어둡다. 올 3분기 성장을 지켜낸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가 둔화하거나 감소세로 돌아설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리가 오르고 미래가 불확실한 영향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최근 소비가 서비스업 쪽으로 조금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기간에 억눌린 소비가 일시적으로 회복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통 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을 늘리고 기업 활동에 대한 투자 유인을 줄여 금리 인상으로부터 6개월~1개월 시차를 두고 실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은 기준금리는 1년 2개월 사이에 2.50%p 인상돼 이달 3.00%에 이르렀다.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금리 인상 여파가 점증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김 교수는 “내년에도 금리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에 경기 침체 수준이 올해보다 훨씬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둔화세가 확대된 수출은 내년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국제 교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대국민 생중계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내년 전 세계적 경기·교역 둔화로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 사이클 하강 국면이 이어지면서 수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수출 의존 구조를 지닌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환경이다.
이에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1%대로 제시한 기관들도 하반기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2.0%를 내놓은 데 이어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1.9%, 씨티는 -1.3~1.8% 사이를 예상했다.
정부는 이 같은 복합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수출 활성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역사를 살펴봐도 수출은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원동력이 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수출이 반도체 13.1%, 자동차 7.8% 급증하면서 위기 극복의 발판을 놓았으며, 금융위기 때인 2010년에는 반도체 10.9%, 선박 10.5% 등 수출 성장세가 경제 재도약의 원천이 됐다.
이에 추 부총리는 “복합 경제위기 돌파와 경제 재도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수출 활성화가 핵심 키(열쇠)”라고 지목했다. 이어 “수출 동력을 적극 발굴하고 총력 지원하겠다”고 예고했다.
수출 활성화라는 정책 방향은 틀리지 않았음에도 이듬해 수출 전망은 밝지 못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 교수는 “환율이 올라 수출에 긍정적인 반면 일본의 환율이 더 많이 올랐고 또 수출은 환율보다 경기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내년 수출 전망은 밝진 않다”며 “IMF에서도 내년 2.0% 성장을 전망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낮아져 1%대를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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