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외국인 A씨는 지난해 서울 고급 아파트를 42억 원에 사들였다. 그는 이 중 8억4000만 원을 외국을 수차례 오가며 현금으로 들여와서 조달했다고 했다. 하지만 A씨의 외화 반입 신고 기록은 아예 없었다. 신고의무가 없는 현금 반입 한도는 1만 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그는 약 70차례 외국을 오가며 돈을 들여왔다는 것. 관세청은 A씨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환치기업자를 통한 불법반입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2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2020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2년간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입 거래 2만38건을 조사한 결과 불법 의심 거래 567건을 적발해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첫 기획 조사 결과다.
외국인이 해외자금을 불법 반입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례가 121건(21.3%)에 달했다. 해외에서 1만 달러를 초과하는 현금을 반입한 뒤 신고하지 않거나, 외국환은행이 아닌 불법 업체를 통해 외화를 거래하는 ‘환치기’ 등으로 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경제활동 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인이 임대소득을 올리는 사례도 57건(10.1%) 적발했다. 2020년 50대 외국인 B씨는 방문동거 비자(F1)로 국내에 체류하며 경기 아파트 3채를 4억1000만 원에 사들인 후 월세를 받았다. 그는 매수대금 3억8000만 원을 사위로부터 조달하고 취득세도 사위가 직접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자격 비자 임대업이 확인되면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최대 3년에 강제퇴거 조치까지 내려질 수 있다.
국적별 불법 의심 거래는 중국인이 314건(55.4%)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인(18.3%), 캐나다인(6.2%)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85건(32.6%)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71건(30.2%), 인천 65건(11.5%) 순이었다. 수도권에서 적발한 불법 의심 거래는 전체 10건 중 7건 꼴(74.2%)로 높았다.
외국인의 주택 거래는 집값 상승이 본격화한 2020년부터 늘기 시작했다. 전체 주택 거래에서 외국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21%(올해 9월 기준)로 높지는 않지만 2020년 0.68%, 2021년 0.81% 등 매년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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