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현장에도 디지털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 로봇 실험실 등 첨단 기술이 활용되면서 과거에 불가능했던 작업들이 가능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한 번에 100만 건 이상의 논문 탐색이 가능해져 연구자 수십 명이 1년간 연구해야 하는 신약 후보물질 탐색 과정을 수일 만에 해낼 수 있다. 또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반도체 가상공장을 구축하면 현실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수천 대 규모의 로봇 제어 실험을 가상현실에서 진행할 수 있다.
현재 주요 선진국은 연구개발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에 10년간 3000억 원을 지원하고, 유럽연합(EU)은 유럽 전체의 연구데이터를 공유·활용하기 위한 유럽오픈사이언스(EOSC) 구상에 2027년까지 13억 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연구 현장에도 디지털 기법이 도입·활용되고 있으나 아직 확산 속도는 느리다. 국내 연구자의 약 18%만이 실험실에서 인공지능, 디지털 트윈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물리, 화학 등 기초연구, 우주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첨단 디지털 기술이 적극 도입·확산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에 ‘연구개발 디지털화 촉진방안’을 발표했는데 이를 계기로 연구개발 과정에 디지털 기술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
우선, 기존 연구에 인공지능을 융합하여 혁신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선도 프로젝트에 2027년까지 2000억 원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바이오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하여 치매 등 난치질환을 진단하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고효율 다공소재 등 신소재를 개발하며 위성정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우주환경 변화를 예측하는 등 9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둘째, 양자역학 등 10개 연구 분야에서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실험실을 구축해 현실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연구를 가상환경에서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지원한다. 또한 가상도시를 구축하여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등 가상 실험 플랫폼을 활용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연구지원도 강화해 나간다.
셋째, 연구개발 디지털화의 기반이 되는 연구 데이터의 수집 및 활용체계를 고도화한다. ‘유전체 데이터’ ‘위성관측 데이터’ ‘화합물 구조 데이터’ 등 활용 수요가 높은 빅데이터를 지속 확보하여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 또한 2026년까지 24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데이터 저장소 간 연계를 강화하여 데이터 공유를 활성화할 것이다.
미래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전략이 연구개발 디지털 전환의 초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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