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채권 부도 사태가 금융시장에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는 등 기업 부도설이 불거지자 정부는 긴급히 ‘50조 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회사채 투자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신용스프레드(AA― 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 차)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앞서 이달 초 강원도가 보증한 레고랜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가 이달 초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국내 자금 시장에는 대혼돈이 있었다. 국공채에 버금가는 지자체 채권에서 지급 불이행이 발생하자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의 공사채가 줄줄이 유찰됐다. 지난달 21일에는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장인 둔촌주공 프로젝트파이낸(PF) 7000억원 대출 연장 차환이 실패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채권시장에 신용 위험이 확대하는 가운데 금융투자상품 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로 자금을 대준 증권사들의 손실이 늘고, 건설·증권·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의 건설 ETF(총 3개 상품)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9.29%로 집계됐다. KRX건설 및 코스피200 건설을 기초지수로, 포스코케미칼과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등을 편입한 상품들이다. 증권 ETF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TIGER 증권’ ‘KODEX 증권’은 같은 기간 각각 12.67%, 12.64% 손실을 냈다. 모두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을 담고 있다. 증권사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가뜩이나 금리 상승에 따른 주식시장 부진과 채권 평가손실 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레고랜드 사태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자금이 부족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대형 증권사들도 위기가 전이될까 노심초사하면서 비상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자체 위기관리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 조치로 금융시장은 연말로 갈수록 안정을 되찾겠지만 부실이 누적된 일부 증권사와 건설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위험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오래 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동성 지원 방안 효과가 나오면서 시장은 연말께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증권업종은 11.9% 하락하며 코스피 ―7.0%대비 부진한 성과를 시현했다”며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감소하고 부동산PF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증권사들의 대출 자산 및 향후 IB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PF 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긴 분야의 실적 악화 우려가 계속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당분간 증권사들의 주가가 반등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증권업종에 대해 중립(Neutral)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책은 자금흐름 물꼬를 터주는 역할에 그쳐 부실이 심한 곳까지 흘러가기 어렵다”며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 내년 1분기 말께 도산이나 회생절차를 밟는 곳들이 생길 수 있다. 부동산시장이 더 위축되면 건설·증권사뿐 아니라 캐피탈사 등 제2 금융기관 순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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