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은행의 가계대출 감소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사이 1조4000억원 넘게 줄었다.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대출 상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고금리 수신상품에 자금이 몰리면서 정기예금 잔액은 800조원을 돌파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6475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4354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10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출 잔액 감소는 신규 대출보다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규모가 더 크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주택 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 침체에 연말까지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09조1357억원으로 전월보다 7580억원 늘었다. 주담대 규모를 고려했을 때 증가폭은 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10월 주담대 증가폭은 9월(1조754조) 대비 줄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1조9322억원 감소해 123조6299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줄면서 가계대출 감소세를 견인하고 있다. 자산시장 부진으로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서 신규 대출 수요가 줄었고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기존 대출 상환이 이어지고 있다.
집단대출 잔액은 161조9759억원으로 전월보다 2956억원 늘었다. 8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증가폭은 최근 5개월 중 가장 작다.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달 기준 134조625억원으로 전월보다 1351억원 줄었다. 전세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올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상승에 더해 월세 전환이 가속화된 영향”이라며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면 보증금이 감액되는 만큼 대출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대출 금리가 전월세전환율을 상회하면서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를 내고 보증금을 줄이는 게 유리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수신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신 잔액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특히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많이 몰리면서 총수신 잔액은 1900조원을, 정기예금 잔액은 800조원을 넘어섰다.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900조1421억원으로 전월보다 46조8657억원이 늘었다. 저원가성 요구불예금과 정기적금은 감소했으나 정기예금이 대폭 늘었다.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808조2276억원으로 한 달 사이 47조7231억원이 늘었다. 반면 정기적금은 39조17억원으로 전월보다 3080억원이 줄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적금은 월별 납입 한도가 정해져 있고 매달 불입하는 형식으로 이자 인상에 대한 효과가 목돈을 예치하는 정기예금에 비해 크지 않다”며 “은행들도 자금 유치를 위해 정기예금에 금리 혜택을 제공하며 특판 상품을 내놓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저원가성 예금인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전월 대비 28조9646억원 감소한 641조8091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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