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투자해 제품 추천 플랫폼 구축
“국내 신선식품 1번지로 도약할 것”
2032년 온라인 식료품 매출 5조 목표
쿠팡-SSG닷컴 등과 치열한 경쟁 예고
롯데가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물류 시스템으로 유명한 영국의 온라인 슈퍼마켓인 오카도(Ocado)와 손잡고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식료품) 시장을 공략한다. 10년 뒤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5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며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와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롯데쇼핑이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영국 기반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온라인 식료품 유통 사업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는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와 팀 스타이너 오카도그룹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오카도는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식료품을 파는 영국 최대 온라인 식료품업체다. 2000년 골드만삭스 출신 3명이 “금방 상하는 아보카도마저 신선하게 배달하겠다”며 창업해 20여 년 만에 미국 아마존에 대항할 만한 물류 시스템으로 혁신한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물류창고에서의 피킹(picking)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수행해 온라인 처리 물량을 늘리고 배송 시간을 단축시켰다.
롯데쇼핑은 이번 협약을 통해 오카도의 스마트 플랫폼(OSP)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물류센터 내 픽업(제품 담기)과 포장, 배송, 배차 등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이다. 오카도의 식품 폐기율은 0.4% 수준으로 국내 대형마트(3%)와 슈퍼(4%)에 비해 현저히 낮다. 미국 크로거, 캐나다 소베이, 호주의 콜스 등 대형 글로벌 유통업체도 오카도와 계약을 맺고 해당 솔루션을 도입했다.
롯데쇼핑은 2025년 수도권과 부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전국 6곳에 오카도 플랫폼을 적용한 자동화 물류센터(CFC·Customer Fulfillment Center)를 구축한다. 물류센터에 적재 가능한 상품 종류가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고, 매일 시간당 33번의 배차가 이뤄짐에 따라 고객들은 1시간 단위로 원하는 시간에 물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소비자 구매 이력과 성향을 분석해 제품 추천 등을 해주는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1조 원을 투자한다. 롯데쇼핑은 2032년에는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5조 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국내 신선식품 1번지를 목표로 더 빠르고 더 신선하게 배송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국내 식료품 시장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약 135조 원 규모로, 이 중 온라인 매출은 다른 상품군에 비해 여전히 낮은 25% 정도였다. 현재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쓱닷컴(이마트 등)과 쿠팡, 마켓컬리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상태다. 롯데는 올해 4월 식료품 새벽배송 시장에선 철수했지만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 승부를 걸기 위해 파격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오프라인 매장과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취약했던 온라인 경쟁력을 단시간에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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