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장보기나 외식이 어려워지자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도록 조리된 가정간편식(HMR)이 어엿한 한 끼 식사로 자리매김했다. 주로 편리성과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앞세우는 이 시장에 건강과 면역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맞춤형 건강 식단 브랜드 ‘그리팅(Greating)’이다. 그리팅은 현대인의 건강을 지킨다는 의미로 ‘위대한(great)’과 ‘먹거리(eating)’ 두 단어를 결합해 만들었다. 기존의 간편식보다 당도, 나트륨, 칼로리를 낮춘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목표 아래 2020년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매년 2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2년 10월 2호(355호)에 실린 그리팅의 신사업 확장 전략을 요약해 소개한다.
○ 투 트랙 전략
현대그린푸드는 1973년 현대백화점그룹의 전신인 금강개발산업 내 케이터링 사업 부문에서 출발한 회사다. 2010∼2011년 현대 H&S와 현대푸드시스템, 현대 F&G를 흡수 합병하면서 종합식품 기업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렇게 위탁 급식 사업을 수행해오던 차에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이에 경영진은 식품 제조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자 했다. 지속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종합 식품 기업의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식품 제조 영역이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눈에 들어온 키워드가 ‘고령화’와 ‘환자식’이었다. 국내 고령자와 성인병 질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특수식을 사업화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약품이 아닌 한 끼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는 사업에서 틈새시장이자 ‘블루오션’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 없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도전은 녹록지 않았다. 2020년 3월 당시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하는 ‘환자용 식단형 식품’이라는 유형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그리팅팀은 국내 현실에 맞게 질환자를 위한 ‘메디케어’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데일리케어’ 등 두 개 트랙으로 소비층을 공략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단품류, 즉 건강 반찬의 품목 수를 대폭 확대했다. 2022년 9월 기준 그리팅이 제공하는 건강 반찬과 국, 죽 등 단품 메뉴의 가짓수는 200여 종에 달한다. 덕분에 그리팅팀은 식약처가 적합한 식품 유형을 신설할 때까지 데일리케어 제품을 통해 사업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일명 프리미엄 간편식의 가치를 유지하며 더 많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공략하는 ‘매스티지(masstige)’ 전략이다.
또한 믿을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일반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세이프티 스코어’를 그리팅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적용했다. 세이프티 스코어란 식품의 영양소나 가공도, 첨가물 정보를 고려한 별점 제도다. 위해성이 있을 수 있는 성분이 적게 들어 있거나 식품이 원물(첨가물을 넣거나 가공하지 않은 식재료)에 가까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 린 전략으로 맛 개선
그리팅팀은 제품 개발 초기부터도 새로 개발한 식단의 영양과 건강에 대해서만큼은 세계 유수 기업들을 능가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맛’에서 소비자들의 만족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건강만을 생각하다 보니 환자들의 기호나 취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접한 뒤, 그리팅팀은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하나씩 개선점을 찾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150여 종의 한약재로 개발한 반찬 개수를 맛의 호불호가 적은 10여 개로 압축했다. 또한 나물 반찬 대신 유사한 영양소를 갖춘 샐러드를 포함해 식이섬유 메뉴를 다양하게 구성했다. 나물은 찌거나 삶는 등 익히는 조리 방식으로 제공하게 되는데 샐러드는 생채소의 아삭함을 살릴 수 있어 소비자들이 질리지 않고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었다.
나아가 피드백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선된 메뉴를 내놓기 위해 다품종 소량 생산 식품 공장인 ‘스마트 푸드센터’를 설립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은 소품종 대량 생산을 골자로 하는 기성 식품 제조 회사의 방식과 큰 차이가 있다. 일일 생산 품목은 300여 종, 생산량은 1만5000여 개에 달했다. 또한 ‘제조-측정-학습’의 과정을 반복하는 ‘린(Lean) 스타트업 전략’을 제조 공정에 활용했다. 린 스타트업 전략이란 제품을 신속하게 먼저 선보인 뒤 고객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반영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유연한 개발 방식이다. 현대그린푸드 측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으로 인해 현재 식단 카테고리와 세부 메뉴는 초기 버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대부분 바뀐 상태다. 박주연 그리팅사업담당 상무는 “그리팅은 수직적이고 경직된 대기업 문화를 극복하고 스타트업에서 주로 적용하는 전략을 직접 적용해 보면서 직원들에게 동기부여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 자체 역시 좋은 조직 역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로운 도전을 통해 식품 제조 산업 역량을 확보한 현대그린푸드는 건강기능식품의 원재료를 생산하는 현대바이오랜드 등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으로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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