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 늘어가는 ‘K뷰티’… 화장품업계 실적 곤두박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3일 03시 00분


패션 등 외출 소비 늘었지만,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3분기 영업이익 ―62%, ―44%… 북미-유럽시장 실적 호조에도
中 봉쇄정책이 성장 발목 잡아… 성수기 4분기에도 회복 불투명

엔데믹으로 패션 등 외출 관련 소비가 급격히 늘었지만 화장품업계 실적은 오히려 악화했다. 중국 봉쇄 정책 여파로 전체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 4분기(10∼12월)에도 국내외 소비 침체가 이어지며 회복이 불투명하단 전망이 나온다. K뷰티가 중국 시장 실적 악화와 소비 침체의 두 늪에서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 중국 봉쇄 정책·소비 침체가 발목 잡아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18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503억 원)보다 62.6% 급감했다. 매출은 15.6% 줄어 9364억을 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은 영업이익 1901억 원을 내 전년 동기(3423억 원) 대비 44.5% 줄었다. 매출액은 7% 감소한 1조8703억 원이었다. 그중에서도 생활용품과 음료 등을 제외한 뷰티사업의 매출(―23.1%)과 영업이익(―68.6%)이 급감했다. 올해 1∼9월 누계로 봐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50%, 44% 줄었다.

엔데믹에 접어든 3분기마저 화장품업계 발목이 잡힌 건 중국 성적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올 초 시작된 중국 봉쇄 정책이 계속되며 오프라인 영업이 어려웠고 이는 전반적인 소비 침체로도 이어졌다”며 “현지 홍보에 큰 역할을 하던 왕훙(網紅·인플루언서)에 대한 중국 정부 제재가 강화된 것도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중국 매출이 40% 하락하며 국내를 제외한 아시아 전체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의 위기는 고질적인 중국 시장 의존도와 직결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해외 시장 다각화’로 전략을 바꿨지만 전체 사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3분기 기준 LG생활건강의 전체 해외 매출 중 36%가 중국에서 나온다. 아모레퍼시픽도 해외 매출 비중(35.8%)의 절반가량이 중국 몫이다. 북미와 유럽에서 3분기 매출이 각각 97%, 60% 뛰었음에도 영향이 미미한 건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이고 큰 해외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지는 꾸준하다”면서도 “현업에선 눈앞의 매출을 포기하기 힘들어 인적, 금전적 투자가 중국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 국내외 성수기 4분기에도 회복은 불투명
겨울용 화장품과 선물 수요가 동시에 높아져 통상 ‘성수기’로 불리는 4분기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우선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축제인 광군제(11월 11일)와 연말 분위기가 겹치며 현지 소비심리가 기지개를 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3분기까지는 시진핑 주석 3연임을 위한 ‘군기잡기’로 소비가 위축됐지만 이달부터는 완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장품이 경기에 가장 민감한 품목 중 하나인 만큼 국내외 소비 침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시장 여건이 연내 개선될 거란 확실성이 낮은 데다 국내에서도 팬데믹 이래 화장품 소비는 줄곧 침체돼 반등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이 몰린 연말까지는 소위 매출을 뽑는 기간이지만 중산층이 지갑을 닫으면 위기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k뷰티#화장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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