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4일 기준금리 상승폭 결정… ‘빅스텝’땐 이자 부담 8조8000억↑
대기업들 속속 투자 잠정 보류… 자금 압박 中企는 “인원 감축 고민”
국내 4대 그룹의 A계열사는 내년으로 계획했던 대규모 시설 투자를 잠정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 환경이 악화된 데다 고금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에 설비 확대보다 외주 생산 비중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10대 그룹 계열의 B사는 최근 급등한 이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회사채까지 발행했지만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B사 역시 금융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진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부담까지 겹쳐 공장 신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2일 본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국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경우(빅스텝) 민간 금융기관들의 대출금리는 0.5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중은행의 금리 변동 데이터와 현재 금융회사들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산출한 결과다.
미국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연내 4%대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24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현재 3.0%인 기준금리 상승 폭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은행 및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의 기업대출 잔액은 2분기(4∼6월) 1713조 원이었다. 기업들의 연간 이자 부담액은 72조64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를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현재보다 0.52%포인트 더 높아지면 기업들의 이자 부담은 8조8000억 원(12.1%)이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제조업에서는 2조2600억 원, 서비스업이 5조8000억 원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의 식품 제조업체 C사는 올해 연간 15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10월까지 은행에 낸 대출이자만 100억 원이 넘는다. C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더 선호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린 중소기업들은 더 비싼 조건에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주변 회사들 중에는 자금 압박에 못 이겨 인원 감축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은 기존 차입금에 대한 이자부담을 키우는 것은 물론 신규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든다. 이는 투자 축소로 이어져 경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금처럼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에는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 D사는 당장 ‘한계기업’ 낙인이 찍히게 돼 비상이 걸렸다. 이 회사는 2020년과 2021년 이미 영업이익보다 이자 비용이 컸다. 올해도 영업이익은 제자리에 머무른 반면에 금리가 크게 오르며 경상적자가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D사 관계자는 “한계기업으로 분류되는 순간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쳐 추가 은행대출 등 자금 조달의 문턱이 훨씬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금리 상승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인건비, 원자재 가격 부담에 금융 비용까지 높아져 기업들은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기업들의 사업 재편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탄탄한 기업들까지 타격을 받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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